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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그림 읽기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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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3.25 16:17
  • 기자명 By. 충청신문

그림 한 점을 선물 받았다. 집에 걸었더니 마치 봄이 와 있는 듯 화사하다. 초록색 잔디위에 나무 세 그루가 그려져 있고 빈 나무벤치가 놓여 있다. 바탕은 온통 노란 색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록과 노랑의 색감과 여백의 미가 있어 발을 멈추게 한다. 그림을 쳐다 볼 때마다 그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날은 직장에서 지친 딸과 마주 앉아 위로를 하고, 어떤 날은 파파할머니가 된 내가 손주와 앉아 그의 엄마이면서 내 딸의 이야기를 하고, 어떤 날은 남편과 앉아 우리가 함께 했던 이야기를 오래 나누는 상상을 한다. 그림 한 점이 새로운 감각을 깨우고 있다.

대학원 다닐 때 동양화 구도 론과 동양화 읽는 법에 대한 강의를 일 년 들었다. 그 때문인지 그림을 보면 자꾸만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으려고 하고 작가는 그림을 통해 무엇을 말 하려 했는지 궁금해 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뜻 그림들이 많이 걸려 있다. 거실에는 부귀를 나타나는 목련이 걸려 있고 아이들 방에는 출세를 뜻하는 잉어 그림이 있고 안방에는 화조도가 있다. 이 그림은 부엌으로 들어가는 벽면에 걸어 두었다.

이 즈음 그림을 선물 받고 서양화는 동양화와 어떻게 다르며 어떻게 해석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기웃 거리다가 ‘스탕달 신드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뛰어난 예술작품이나 문학작품을 보고 가슴이 뛰거나 현기증, 심지어 환각까지 경험한다는 증상이다.

적과 흙을 쓴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 귀도 레니가 그린 <베아트리체 첸치> 작품을 보고 나오던 중 무릎에 힘이 빠져 주저앉으면서 황홀경을 경험 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책에 적어 놓은 데서 유래 했다고 한다. 베아트리체 첸치가 어떤 그림이기에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봤더니 ‘터번을 쓴 여인’으로 내가 알고 있는 명화였다. 베아트리체 첸치의 사연을 알고 그 그림을 다시 보니 나 또한 가슴이 답답하면서 분노와 연민으로 잠시 심상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했다.

이 그림은 처형을 당하기 전날 밤에 귀도 레니가 베아트리체 첸치를 감옥으로 찾아가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베아트리체 첸치는 친 아버지를 죽인 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귀족이었지만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한 베아트리체 첸치를 14살 때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 했고, 가족에게는 폭력을 휘둘렀는데 폭력을 견딜 수 없었던 가족들이 함께 아버지를 죽였다고 한다. 사형을 판결 받았고 당시 시민들이 그녀의 상황을 알고 항의 했지만 그녀는 결국 사형을 당하였다. 그런 사연을 가진 베아트리체 첸치의 죽음 전날 밤의 마지막 모습이다. 베아트리체 첸치는 22살의 짧은 나이로 형상의 이슬로 살라졌다. 그림속의 그녀는 흰 터번을 쓰고 맑은 눈망울과 엷은 미소를 짓고 있다. 고통스런 삶을 포기한 듯 처연한 아름다움에 내 마음을 베였다. 오랫동안 그림을 바라보다 거실로 나와 선물 받은 그림 앞에 섰다. 초록과 노랑의 조합이 금세 내 마음을 환하게 해 준다. 밝은 에너지가 느껴져 우울한 마음이 조금 사라졌다.

알랭 드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에서 우리는 예술작품을 통해 희망을 갖고 인성의 균형을 가지며, 슬픔을 존엄화한다고 했다. 또 자기를 이해하여 성장으로 이끌고 일상생활에서 감각을 일깨운다고도 했다. 그가 하는 말을 다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작가가 심혈을 기우려 완성한 작품을 통해 일상의 감각을 일깨워 나를 이해하고 성장을 한다는 것은 어슴푸레 이해가 된다. 나 또한 이 두 개의 그림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내 마음을 한참 동안 지배하고 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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