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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봄꽃 항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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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4.02 16: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봄꽃내음이 솔솔 풍겨와 마음이 화사한날, 교정에서는 꽃 심기를 합니다.

따스한 봄 햇살 가득 받아 피어난 팬지, 데이지, 금잔화, 패랭이가 모처럼 맑은 꽃바람에 한들거리는 오후, 군 양묘장에서 키운 꽃들을 지원받아 자원 봉사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꽃 심기에 한창 분주하네요. 애들은 호미질이나 삽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일은 아직 서툴지만 잔디를 뗘내고 화단 정리도 제법 하니 꽃밭이 만들어졌어요. 하트를 만들고 동그란 꽃밭을 만들어 포토에 있는 꽃모를 하나씩 빼어 색색별로 모아 모종을 하니 그럴싸합니다. 남학생들인데도 연실 꽃 이름을 물어보고 궁금한 것도 많습니다. 교실에서 벗어나 꽃과 흙과 나무와 함께 여서인지 오롯이 그들만의 자유로운 시간이 즐거워 보이네요. 꽃을 심으며 덤으로 꽃말도 알려줘야겠어요.

제일먼저 팬지를 심고 있어요. 팬지는 생긴 것이 꼭 제비꽃 같지만 꽃잎이 더 크지요.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팬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봄이면 제일먼저 길가 도로변에 꽃길을 만드니까요. 노랑꽃과 연보라 진보라가 섞인 꽃잎, 흰색의 얇은 꽃잎을 가진 팬지는 요염하면서도 ‘나를 생각해주세요’란 꽃말을 가지고 있는 매력 있는 꽃이지요. 또한 안토시아닌이 풍부해서 관절염, 천연 염증치료제로 요즘같이 미세먼지 많은 날씨에 도움이 되고 노화방지와 뇌질환효과에도 그만이라나요. 팬지 꽃차를 만들어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네요.

데이지는 또 어떻고요. 이 또한 개량종일 텐데 종류와 색깔도 참 다양합니다. 흰색, 노랑, 보라 노랑이 섞여 핀 리빙스턴데이지, 꽃술이 소복한 빨강데이지는 눈높이를 낮추어야만 잘 보이고 화려한 색감이 은근히 매력적입니다. 

오! 여기 오렌지색 금잔화도 인사하네요. 살구색깔도 있고 노랑이도 같이 있어요. 어디서든 잘 자라는 꽃, 추위에 강하여 요즘같이 들쑥날쑥한 날에도 피고 지는 데는 걱정이 없답니다. 참 다행예요. 꽃샘추위가 다시와 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말입니다. 금잔화 꽃말은 이별의 슬픔이라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꽃에 꽃말이 너무 가혹한 것 같지 않으세요? 그러나 설화에는 ‘그리스에 살고 있던 한 남자가 태양의 신 아폴로를 무척 동경하고 존경하였대요. 이 남자는 매일같이 태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답니다. 어느 덧 겨울이 와서 며칠 동안 눈이 산더미처럼 내려 태양을 볼 수 없게 되자 슬픔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군요. 이 사실을 알게 된 태양의 신 아폴로는 이 남자를 불쌍히 여겨 금잔화로 만들어주었다고 합니다’. 태양을 닮은 금잔화의 지독한 사랑이 눈물겹네요. 금잔화 사랑에 빠져 한곳에 머물러 있었더니 저기 패랭이꽃이 오라고 손짓하고 있어요. 가봐야겠어요. 정열적인 빨간색 꽃잎이 잔잔한 초록 잎과 너무 잘 어울려요. 그런데 세상에 이렇게 작은 꽃도 있는가 싶어요. 아마도 앉은뱅이 패랭이꽃 인가 봐요. 바닥에 납작 엎드려 핀 모습이 너무 겸손해보여요. 

아름다움과 풍부한 영양을 주는 팬지와 화려한 여러 가지 색감으로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데이지, 슬픔의 주인공이지만 태양처럼 빛나는 금잔화, 예쁘디예쁘면서도 겸손한 패랭이는 모두가 이렇게 자기 역할에 충실히 빛나고 있어요.

여기모인 꽃들은 모양은 다르지만 독특한 빛깔이 있고 향기가 있습니다. 한데 모아놓으니 조화롭고 아름답네요.

지금 꽃을 심는 아이들도 제각각 모습과 행동은 다르지만 이들만의 고유한 색깔과 향기로 꽃밭을 일구니 다소 어설퍼도 멋진 교정꽃밭이 만들어졌어요. 자신들이 일궈놓은 꽃밭을 보며 행복한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꽃은 때가 되면 시들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지금처럼 밝고 명랑한 마음은 오래오래 지속되면 좋겠어요. 물론 우리아들은 자신의 역할도 잘 하면서 살아갈 거예요. 

봄꽃을 닮아 어여쁜 우리 아이들이니까요.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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