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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청년 꿈 앗아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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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4.17 23:08
  • 기자명 By. 임규모 기자
허재삼 공인중개사
허재삼 공인중개사

'조카가 응시한 사실을 알고도 면접위원으로 참여’ ‘직원 자녀를 당초 자격미달로 불합격처리했으나, 같은 해 최종합격’ ‘자격증 없는 직원의 자매·조카·자녀에게 응시자격 부여해 최종 합격’···. 얼마 전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 1205곳을 전수조사 한 결과 나타난 채용비리 사례다.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교통공사, 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 산업인력공단, 한전KPS 등 국감에서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5개 기관은 감사원 감사가 별도 진행 중이라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 많은 비리가 추가로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사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친족 채용 비리가 드러났다.

권익위는 지난 11월~올해 1월까지 3개월간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경찰청 등과 합동으로 전국 1205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 실태 전수 조사 결과를 2월 20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182건의 채용비리가 적발 됐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이 드러나 권익위가 수사의뢰하거나 징계를 요구한 현직 임직원은 총 288명으로 알려졌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채용 비리 유형이 대부분 포함됐다. 공공기관 고위직의 자녀와 친인척은 신규 채용 시험조차 거치지도 않고 계약직으로 채용된 뒤 정규직이 됐다. 임직원 자녀가 서류 심사와 필기시험에서 점수가 낮았는데도 면접 점수를 높게 줘 최종 합격처리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만 29세 이하 청년층에게는 10% 가산 점을 줘야 하는 규정까지 어겨가며 합격자 순위를 바꿔치기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구직자들의 채용기회를 앗아가는 반사회적 범죄이자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생활적폐’라며 ‘취업난에 허덕이는 수많은 청년들의 눈물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개선 조치를 하겠다’고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말했다.

채용 비리를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정부 대책도 내놨다. 공공기관 채용실태 전수조사를 매년 정례화 하겠다.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 인원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 공직자에 의한 가족 채용 특혜 제공을 제한하도록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과연 이러한 대책들이 실효성을 거둘지 국민들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부정 합격자 전원 파면과 청탁 관련자 전원 형사 처벌하라며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 사회 전 분야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부정으로 직장을 거머쥔 자들을 모두 솎아내고 구속 처벌하라고 분노의 댓글이 들끓고 있다.

다른 어떤 부문보다 공정성이 생명인 공공기관 채용절차에서부터 원칙이 무너지고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상징하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했다.

국민은 취임사의 이 감동적인 말을 잊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만연하고 있는 채용 비리는 현 정부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부터 이어져 내려온 구태이며, 악습이자 적폐다. 뿌리째 뽑아야 한다. 이를 뿌리 뽑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분기 가구 소득이 1년 전보다 상위 20%는 소득이 10% 늘고, 하위 20%는 소득이 18% 감소했다고 한다. 이들 양 집단의 빈부 격차가 무려 5.47배에 달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지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킨 주된 원인은 일자리였다. 지난 1월 전국 실업률은 9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고 실업자 수는 19년 만의 최대로 치솟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이 채용을 줄이며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가계는 신산(辛酸)하고, 기업은 곤곤(困困)하며, 영세자영업자들과 저소득층은 팍팍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폐업한 자영업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때에 적나라하게 밝혀진 채용 비리는 소위 ‘빽’ 있는 사람이 땀 흘려 노력한 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약탈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취업대란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젊은 청춘들의 영혼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청년들을 좌절에 빠뜨릴 뿐 아니라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독버섯 같은 이러한 채용비리 범죄는 강력한 처벌만이 대안이다. 강력한 처벌로 재발을 막아야 한다. 채용 비리를 저지르면 누구든지 반드시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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