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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보헤미안 지수가 높은 도시 만들기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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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5.19 02:18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보헤미안(집시) 지수’라는 지표가 있다. 일정 지역 내에 거주하는 전체 인구 대비 작가, 디자이너, 음악가, 배우, 감독, 화가, 조각가, 사진가, 무용수들의 숫자를 지수화한 것이다. 보헤미안지수가 높은 도시라 하면 창의적 예술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많이 거주해 늘 공연과 전시가 이어지고 시민 다수가 그것을 향유하는 도시를 일컫는다. 관련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보헤미안 지수가 높은 도시는 첨단 산업이 발달한 도시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한다.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해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구현하기 때문이다.  

관용성의 척도로 활용되는‘게이지수’라는 지표도 있다. 게이(남성동성애자)들의 밀집도를 나타내는 게이지수가 높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게이공동체가 기꺼이 받아들여질 만큼 공동체의 개방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방성은 창조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고 한 도시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보헤미안 지수나 게이지수 모두 첨단 분야의 산업과 전혀 상관이 없을 듯한 지표인데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니 정말 그럴까 싶은 의구심이 든다. 한편으로는 세상의 조화가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헤미안지수와 게이지수에 대해 알게 된 후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이란 도시의 보헤미안지수와 게이지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게이지수야 수치상으로 정확한 통계를 잡기 어려운 면이 있을 수 있지만 보헤마안지수는 공식적 통계가 없더라도 측정이 가능해 보인다. 구미 국가들을 여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문화 중 하나가 ‘거리의 악사’와 ‘거리의 화가’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거리나 공원에서 기타나 바이올린 연주를 하거나 인물 초상화나 데생을 그려주는 이들을 접하게 된다. 중국의 공원에서도 언제나 음악과 춤을 즐기는 시민들을 만나게 된다.

30년 넘게 대전에 거주했지만 거리나 공원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나 공연을 접한 것이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거창한 ‘예술의 전당’과 ‘시립미술관’, ‘연정국악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이나 전시는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시민 누구나 지나던 발길을 멈추고 즉석에서 접할 수 있는 예술활동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일깨워 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대전은 보헤미안지수가 낮은 도시가 분명하다. 대전뿐 아니라 충청권 대부분 도시의 사정은 비슷해 보인다.

도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헤미안지수의 상승이 절대 필요하다. 시민 누구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도시라야 시민들의 창의성이 올라간다. 문학과 예술을 망라하는 인문학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창의적 학문이다. 상상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활동이 예술과 문학이다. 대전은 국내 굴지의 대도시이지만 도시 외형에 비해 문화 인프라는 낮은 수준에 머문다. 인접한 청주나 전주에 비해 보헤미안지수가 낮다는데 이견이 없다.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 그래야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적 사고가 싹 트고 이를 바탕으로 창조적 활동이 가능해진다. 소득 수준과 의식 수준이 낮은 단계에서는 문화와 예술을 천시한다. 하지만 일정 단계까지 상승하면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더불어 직접 향유하는 이들의 비중이 높아진다. 문화예술을 즐길 줄 아는 계층이 늘어난다는 것은 도시의 품격이 상승하고 도시민들의 사고가 유연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거리, 어느 공원에서도 예술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공연과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는 도시문화를 기대한다. 대전뿐만 아니라 우리의 터전인 충청권 어느 지역에서도 눈길만 돌리면 거리의 악사를 만나 그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곡을 들을 수 있고, 거리의 화가들이 그려내는 수채화를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산이 성장을 주도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문화의 시대이고 개방의 시대이다. 보헤미안지수와 게이지수가 높은 도시 대전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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