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정책 손질해야
[아침을 열며]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정책 손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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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0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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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지역에서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지방소멸은 국가공멸로 이어진다. 30년 이내에 시·군·구 중 39%가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5년간 강원, 경상, 충청, 전라지역의 소멸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9.8%가 집중되어 있다. 세계 최고의 수도권 인구 집중 국가이다. 지방에는 사람이 없고 빈집이 늘어나는데, 수도권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살 집은 부족하다.

인구 감소로 대학이 사라진다. 2020년부터 대학 정원이 남아돌기 시작하고 있다. 2018년을 기준으로 대입 정원은 49만7218명이다. 입학 가능 학생 수는 2021년 42만여 명, 2022년 41만여 명, 2023년 40만여 명, 2024년 37만여 명으로 줄어든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그에 따라 대학 진학률도 하락된다. 이를 감안하면, 4년 후 최소 12만3000명~13만명이 미달된 것으로 보인다. 입학정원 1500명의 중급 대학을 기준으로 보면, 87개 대학이 폐교 또는 한계대학이 될 수 있다.

입학한다 해도 편입을 통해 수도권 대학으로 연쇄적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재학생 충원률 확보도 비상이다. 중도탈락율이 10%가 넘는 대학과 학과들이 속출할 것이다.

서울소재 대학의 외국인유학생 수는 4만6천명 수준이다. 전국의 외국인 유학생 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주요 공급국가인 중국에서는 자체적으로 대형 대학들이 신설되고 있어 우리나라로의 유학생이 연차적으로 감소될 것이다.

이래저래 지역대학이 사면초과의 위기에 처하고 있다. 시장원리에 따라 대학생들의 이동이 전개될 것이다. 공급자측인 대학 자체의 처절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수요자 입장에서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기관들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정책을 일부 손질해야 한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신규채용에서 30%를 지역인재로 선발하고 있다. 대전권과 충청권은 세종특별자치시라는 혜택(??)을 이유로 타 시·도와 비교하여 이전한 공공기관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그전에 이전한 공공기관에도 의무채용을 강제해야 한다.

5명 미만의 소수 채용과 박사급 연구원 채용은 지역인재 의무할당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5명 미만으로 쪼개기 채용으로 지역인재 채용을 기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에는 연구기관이 많다. 박사급 채용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박사급 채용의 경우 5% 이상을 지역인재로 의무채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채용기관에서는 학력수준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지역대학이 서울권 메이저 대학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채용기관의 항변도 있을 수 있다. 정책적으로 풀어보자. 메이저 대학과 공동 석·박사학위제를 적극 추진하자. 최고급 학자들이 지역대학의 대학원에 팀티칭으로 참여하도록 하자. 특수목적사업을 신설하여 그 경비를 정부에서 부담하면 된다. 공공기관과 지역대학이 협력하여 계약학과 대학원을 만들어 공공기관에서 원하는 맞춤형 교육을 적극 추진하도록 하자.

지역인재 의무채용이 신규채용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경력직 채용조건을 내걸어 이를 피하는 공공기관이 있을 수 있다. 5년 이하의 경력직 채용에도 지역인재 의무채용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공공기관 입사는 경쟁률이 수백 대 일인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하면 유능한 인재들이 지역대학에 입학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된다.

채용기관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저해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행정의 이념 중 형평성의 이념을 더 되새겨보자. 제안하는 내용이 지나치다면 한시적으로라도 시도해 보자. 지역이 사라지면 서울의 기반도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