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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가와 국민, 권리와 의무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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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5.31 14:49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인류의 역사는 5000년이라고 한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대략 700만 년 전에서 400만 년 전으로 추정한다. 700만 년과 5000년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그 오랜 세월 인류는 짐승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생활을 하며 지구환경에 적응했다. 우리가 5000년 인류역사를 말하는 것은, 5000년 전부터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가 기록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대를 역사시대라고 부르고 이전 시대를 선사시대라고 부른다.

역사시대가 시작되고 인류는 씨족사회, 부족사회를 거치며 국가 형태로 발전했다. 국가는 초기 부족국가 형태에서 시작해 중앙집권적 왕권 국가로 발전했다. 왕권 국가가 이어진 시기를 우리는 왕조시대라고 부른다. 아주 오랜 왕조시대를 거쳐 시민혁명을 통해 국가는 공화정 시대를 맞는다. 왕정 시대는 왕족의 자손이 대대로 왕위를 이어가며 통치하는 형태지만, 공화정 시대는 시민 가운데 유능한 인물을 선출로 가려내고 그에게 한시적으로 정치를 맡기는 형태이다. 오늘날 지구상의 대부분 국가는 공화정 국가이다. 일부지만 왕정국가를 유지하는 나라도 있고, 종교지도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신권국가도 있다.

왕정 시대 국민은 국가의 소유물에 불과했다. 의무만 잔뜩 지어지고 권리는 취약했다. 국왕은 어버이 같은 존재였다. 국왕은 전권을 휘둘러 국민을 함부로 대할 수 있었고, 심지어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목숨을 거둘 수도 있었다. 국민은 대개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백성은 세금을 내고, 노역을 제공하고, 국방을 책임지기도 하며 의무를 수행했지만, 그들에게 별다른 권리는 없었다. 그러던 중 근대사회로 넘어오며 세계 각국에서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쟁취해내며 국민이 주인인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국민의 권리의식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국민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 세금을 내야 하고, 국방도 담당해야 한다. 교육을 받아야 하고, 능력에 맞는 근로를 해야 한다. 이러한 의무를 다했을 때 국민은 국가에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그 권리는 대단히 포괄적이지만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면 ‘안전’과 ‘행복’을 보장받을 권리이다. 역으로 국가는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국방·치안·재난대비 시스템을 확충해야 하고, 나아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국민에게 의무만 강요할 때 국민은 국가의 통제를 외면한다. 심지어는 그 국가를 떠나 버린다.

독일의 사회학자 퇴니에스는 사회를 공동사회와 이익사회로 구분했다. 가족· 친족·민족처럼 혈연을 앞세워 비타산성에 근거해 이루어지는 집단을 공동집단이라 했고, 회사·정당·조합 등과 같이 타산적 이해관계에 의해 이루어진 집단을 이익사회라고 했다. 국가는 공동사회처럼 느껴지지만, 이익사회로 구분된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은 국가를 공동사회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교적 사회질서에 길든 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은 국가를 공동사회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국가에 대한 의무는 충실히 수행하면서 좀처럼 권리를 앞세우지 않으려 한다.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어색해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국가 경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하며 위기에 빠지자 대한민국 정부는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국가재난지원금이란 이름으로 전 국민에게 현금성 자금을 지원했다. 개국 이래 처음 시행한 일이다. 국민은 실제 지급된 지원금을 가지고 소비 활동을 하며 위로를 받았다. 위로보다 더 큰 소득은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국민인 나를 지켜주고 있구나.’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다. 의무에 충실하며 소극적 권리에만 익숙했던 다수의 국민은 적극적 권리를 행사하며 국가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있다. 스스로 대한민국 국민임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국가재정지원금은 경제의 불씨를 살려냈을 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한껏 끌어올리는 아주 중대한 역할을 했다. 이래저래 국가재난지원금 배포는 아주 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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