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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홍주읍성(洪州邑城)을 거닐다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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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6.21 16: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우리나라의 곳곳에는 성곽도시나 읍성(邑城)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마을이나 도시의 거주지를 치안과 행정, 방위의 목적으로 방벽을 둘러친 성곽형 방어시설이다. 이렇게 거주지를 읍성으로 보호하는 양태는 한국이나 중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부터 서쪽으로 중동, 유럽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발견된다.

읍성의 특성은 민관(民官)이 함께 거주하면서 생활하는 의미를 갖는다. 읍성 내외의 거주민은 더불어 생활하며 공동운명체를 이룬다.

읍성 내부에 있는 시설은 중앙정부의 왕, 고을의 수령, 고을의 향민을 상징하는 건물로 읍성 내 핵심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 객사와 아사가 읍성 중앙부에 위치하였으며 이들 건물은 단일 건물로서 고을 수령의 집무실이라 할 수 있는 동헌과 내아 등에 함께 모여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읍성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한 채 남아있는 고창읍성, 낙안읍성, 해미읍성, 정도이다. 고창읍성은 입구만 평지이고 사실상 산성이라 도시를 만든다는 명분이 서지 않았다. 다만 낙안읍성은 성 뒤편이 산이라서 새로 길을 내기위해 성을 허문다는 명분이 전혀 서지 않아서 살아남았다. 해미읍성의 경우는 내부를 텅 비워버리고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신사를 세우게 되면서 철거되지 않고 남게 되었다. 현존 읍성들의 경우 원형을 보존한 경우는 거의 드물다. 생활 중심지에 자리한 이유로 도시 개발에 따라 그 성곽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경우도 성문이나 성벽 일부 구간 정도가 대다수이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읍성이 일종의 관광자원에 해당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일부 구간이라도 복원을 하거나 남아있는 성벽을 활용하여 공원으로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마침 ‘홍성군 복지타운조성 타당성 및 기본계획수립용역’ 제안서 평가를 위해 홍성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평가회의 전에 일찍 당도하여 홍주성을 돌아보며 천년의 역사와 만나는 기쁨을 맛보았다.

서해의 관문이자 홍주목의 치소를 둘러쌓은 홍주성은 읍성으로, 길이 1772m의 성벽 중 800m의 돌로 쌓은 성벽의 일부분이 남아있다. 처음 지어진 연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세종실록지리지’에 홍주성의 둘레와 여름과 겨울에도 마르지 않는 샘이 하나 있다는 기록만 있을 뿐이다.

동문인 조양문은 현재까지 남아있고 1975년 복원한 것이다. 아문은 조양문의 문루를 설치할 때 함께 세운 것이며 ‘홍주아문’이란 글씨는 흥선대원군이 직접 썼으나 현재 남아있지 않다. 우리나라 아문 중에서 가장 크고 특이한 형태를 띠어 조선시대 관아의 구조와 형태를 살필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된다.

이곳은 조선 초기 새로운 형식에 의해 쌓은 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더욱이 임진왜란, 이몽학의 난, 동학농민항쟁, 천주교박해 등 홍주 땅의 산 역사의 현장이다. 을사늑약 체결에 반대한 민종식, 김복한, 이세영 등이 홍주의병을 이끌고 전투를 벌인 곳이기도 하다.

충청도 4목 가운데 하나인 홍주목의 동헌인 안회당(安懷堂)과 1896년 홍주목사 이승우가 건립했다고 전해지는 홍주목사들이 정사를 구상하며 휴식을 취했던 곳이다. 여하정(余何亭)은 고종 33년(1896)에 이승우 목사가 신축한 수상정으로 목조와즙의 육각형의 정자로 규모는 12제곱미터이며 아담한 자태이다. 옛 연못을 연련하여 누운 고목과 수면을 장식한 연꽃은 정취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여하정(余何亭) 앞에는 수령 300년을 넘긴 노거수 왕버들이 장방형의 연못을 넘을 듯 누워있어 빼어난 풍취를 보여주고 있다. 홍주읍성(洪州邑城)을 돌아보며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여행자들에게는 쉼터이며 안식처로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홍성군청에 들어서니 안뜰에는 보우국사가 왕사가 된 것을 기념으로 심었다고 전해지는 수령 700여년의 ‘천년 홍주의 수호신’ 느티나무와 홍주관아의 외삼문인 홍주아문이 반겨준다. 수고(樹高)가 무려 20m에 달하며 둘레는 6.2m로 홍성군청 내에 위치하고 있어 군청을 찾는 많은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안회당은 고을의 수령이 업무를 보던 동헌인데도 유일하게 동헌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 당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홍주성과 홍주아문, 안회당이 사적 제231호로 일괄 지정되어 있다. 안회당은 홍주목사가 집무를 보던 동헌으로 ‘안회(安懷)’란 ‘노인을 평안하게 모시고, 벗을 믿음으로 하여 아랫사람을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뜻이란다. 안회당은 동헌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인 동헌과는 달리 위엄이 있어 보이는 높은 지붕에 넓은 대청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22칸으로 조성된 목조 팔작지붕으로, 숙종 4년에 처음으로 지어진 후, 고종 7년인 1780년 목사 한응필이 개축했다고 한다. ‘ㄱ자’형으로 건축된 안회당은 정면 7.5칸에 측면 2.5칸 정도이며, 건물 좌측 끝에는 꺾이어 나온 누마루가 있다. ‘안회당(安懷堂)’이라 쓴 편액을 대원군이 하사했다고 하는데 ‘원판’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홍주성(洪州城)은 1945년 8·15광복 이후에 정부에서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산성과 조양문, 홍주아문 등을 사적으로 지정했다. 그 후 홍주동헌의 해체공사 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하고 홍주아문도 보수했다.

홍성군은 홍주성 복원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홍성을 역사문화관광의 중심도시로 육성하여 천년홍주의 역사와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하고 있다.

홍주읍성(洪州邑城)을 따라 거닐면서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의병을 일으켰던, 홍성지역의 유림과 백성들의 충절을 되새겨 본다.

성벽을 따라 걷다가 내려오며 3칸으로 되어있는 감옥을 보니 1칸은 감옥을 지키는 집무실로 2칸은 취조실로 보인다. 이곳은 천주교를 박해하며 홍주로 끌려온 천주교 신자들을 갖은 형별로 다스리던 시설이다. 일제 강점기 애국지사들을 고문하고 문초하는 장면들을 벽에 사진으로 두어, 이곳에서 애국지사들에 대한 혹독한 고문이 자행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날 평가를 주관하는 홍성군 복성진 복지정책과장이 반갑게 맞아주며 안회당과 여하정 등 홍주읍성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며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1918년부터 사용된 현 청사는 1976년 3층으로 증축되었지만 사무 공간 부족으로 주민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사가 홍주동헌 바로 앞에 들어선 게 일제 침략의 흔적이라며 1970년대부터 청사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어 4년 후면 이전케 된다니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홍성의 미래비전은 역사와 문화가 핵심이다. 천 년 홍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의 현장이 아닌가. 이를 바탕으로 개발과 보존을 동시에 실행하며 조화를 이루어야 창조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 도시이미지란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유·무형 문화의 산실이다. 모쪼록 1000년 역사 100년의 도시로 살아 숨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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