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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여자만 남은 세상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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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7.27 13:45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올해 장마는 예전과 다르게 집중호우로 물 폭탄을 맞은 지역이 집중 피해를 보고 있어서 걱정이 된다. 앞으로도 장마가 오래 될 것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질주해서 달려왔는데 또다시 넘어야 할 산을 만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요즘은 저녁 모임이 거의 없다. 모임이 줄어드니 집에 머무는 시간에 책을 읽는다. 그런데 세상이 하 수상하니 이런 소소한 일상도 누리지 못할까 불안하다.

초등학교 시절 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이후로 만화를 집중해서 읽기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주간지를 읽다가 거기에 소개 된 책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인테넷 서점에서 주문을 해 어젯밤 읽은 책은 ‘우먼월드: 여자만 남은 세상’이다.

아민더 달리왈의 작품으로 만화책이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되어 있고 여러 에피소드로 엮어 있다. 작가의 인스타그램에 연재된 그래픽노블이라고 한다. 그래픽노블은 문학작품처럼 깊이 있고 예술성이 넘치는 작가주의 만화를 일컫는 말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가볍지 않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 받은 기분이다. 이만화가 연재 됐을 때 20,30대 여성들의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읽고 나니 그녀들이 작가의 인스타그램 앞으로 왜 모여 들었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샤마 박사라는 사람의 연구로부터 시작한다. 남자들은 일찍 죽고 태어나는 아기는 여자아기 들 뿐이다. 지구인들은 남자가 점점 사라진다는 사실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이 자연 재해가 덮쳐 문명 세계는 산산이 부셔졌다. 온 세계가 폭동이 일어나고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전쟁이 선포 되었다. 샤마 박사는 남자들이 왜 줄어드는지 연구를 끝내지 못하고 죽었고, 이유도 모른 채 남자는 멸종 되었다. 그리하여 남자는 다 사라지고 여자만 남는 세상이 된다.

남자들이 존재 했던 세계를 유일하게 기억하는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가 등장한다. 이전 세계의 문명을 전혀 모르는 손녀는 할머니를 통해 남자의 생김새부터 문명세계의 이것저것을 질문과 답으로 풀어내는데 유쾌하고 재치 있다. 만화는 무겁지 않고 유머가 있어 계속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여성들만으로 세상을 이끌어가며 원시 문명 속에서 살아간다. 여성들은 사랑을 하고, 시장을 뽑고 그 시장은 옆 마을 시장과 협력하며 연대한다. 상하관계, 권력, 자원도 독점하려고 하지 않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여성들은 옛날 잡지책에 나오는 미백 화장품광고 속 화려한 여성 모델을 보고 옛날이 무시무시해 보인다며 이해를 하지 못한다. 또 우연히 발견된 하이힐을 보고도 하이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내지 못하고 작은 구멍을 내는 데 쓰는 건설작업용 신발로 추측한다. 그러면서도 공동체를 형성하고 싸움 없이 평화롭게 살아간다.

어쩌면 작가는 고도의 문명이 발달하지 않아도 인종을 넘어 편견 없이 살아가고 할머니와 손자의 대화를 통해 성장해 가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봤다.

토로나 19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소식에 민감해 한다, 마스크 하나로도 세계 각국의 미묘한 문화 차이를 우리는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상은 미루어 짐작함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의 본래 모습은 이런 것이며 이렇게 함께 서로 편견 없이 사랑하며 살아간다고 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얼마 전 서울 시장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었다. 그러기에 여성만 사는 세상의 평화로움을 담은 이 책이 내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이 책과 같은 상상의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난 후 설정이 억지스럽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읽는 내내 작가의 독특한 발상에 놀랐다. 이번 휴가에 이 책을 가지고 가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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