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시설 위험도를 분류한 중대본의 분류에 따르면 클래식 공연장은 중위험 시설로 지정되어있다. 분류기준은 밀집도와 환기 용이성, 그리고 방역수칙 이행 난이도가 기준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니 어떤 면에선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 확진 상황과 조치들을 놓고 따져 봤을 때는 반드시 다시 고려되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연계도 코로나19 확진을 피하진 못했다. 그러나 공연을 매개로 한 확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올 4월, 뮤지컬에서 발생한 해외 출연진의 확진으로 당시 관람객 8578명을 능동 감시로 추적했을 때도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 공연 중 무대에 쓰인 안개효과를 타고 바이러스가 번졌을 것이라는 이른바 ‘카더라’ 통신이 불안을 부추겼지만, 관객 중 추가 확진자는 없었다. 심지어 8월에 있던 뮤지컬 공연에선 만석이던 당시 관객 중 확진자로 나중에 분류된 사람이 있었지만, 주위 반경 2미터 안에 있던 관객 17명 전원 무사했다
공연장은 스포츠나 영화관. 그리고 음식점이나 카페처럼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사실 하나로 위험요소가 마냥 산재해있다고 믿기 쉽다. 그러나 공연장은 그 어느 시설보다 철저하게 관리된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물론이고 관객 전원이 매번 체온 검사와 QR코드로 출입을 관리하니 모든 인원이 완벽히 추적 및 통제된다. 공연장 안에는 아무도 식·음료를 섭취는 커녕 갖고 들어갈 수도 없다. 관객은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어있고, 예전 같으면 저작권문제로 공연 중에 객석에서 불법 영상물 촬영을 단속하던 장내 안내요원들은 이젠 관객의 마스크 착용 여부까지 세심히 관찰한다. 무대와 객석은 안전거리 이상 떨어져 있고, 출연진을 제외한 모든 제작진은 공연이 끝나기 전까지 마스크를 벗지 못한다. 객석에선 마스크를 벗을 일도, 또 공연 중에는 대화할 수도, 먹고 마실 수도 없이 오롯이 개별출입까지 관리되는 공연장에서 추가 감염자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공연은 계속 취소된다.
미래산업 먹거리로 비대면 공연 영상화 사업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제작역량이 여유 있는 프로덕션들만 가능한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손바닥 안의 화면과 스피커로 접하는 공연보다는, 현장에서 무대를 직접 눈에 담아내고, 공기를 직접 울려 도달하는 소리를 느끼는 공연이야말로 현장공연의 존재 이유다. 공연현장의 분위기와 밀도를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는 온라인 생중계공연은 대안이 되기엔 여러모로 아쉽기만 하다.
일부는 이 와중에 문화생활이 뭐가 중요하나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GDP 성장률보다 문화콘텐츠 산업 성장률이 훨씬 더 높은 나라다. 자원 없고 좁은 땅덩어리지만 문화강국으로 주목받고 전 세계 오페라 하우스나 클래식 공연장에 한국인을 뺀 캐스팅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클래식 강국이다. 엄연한 문화산업의 한 축을 한낱 문화생활쯤으로 치부하는 목소리가 개탄스럽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공연장이 폐쇄되는 데는 코로나 확산의 영향도 있지만, 공연 취소나 연기에 따른 후속 조치들이 훨씬 더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에 공연 관계자들은 이중고를 겪는다.
출연진에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무용, 분장, 조명, 무대 등 제작진을 합해 200여 명 중 한 명의 확진자라도 나오면 공연장 폐쇄와 함께 공연 취소다. 그리고 방역 조치로 2~3일을 보내면 후속 공연까지 자동 취소되는데 이걸 누구에게 하소연하며 손해배상 청구를 따져 묻겠는가. 그러다 보니 유럽에서는 팬데믹 공연제작사 보험이나 건너뛰기 대관 일정 조정 등이 거론된다. 아니면 우리가 스스로 방안을 논의하고 만들어내고 개척할 수도 있다. 코로나 시대에 공연을 공연답게 무대에 올리고 관리할 역량은 앞선 사례로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최후의 싱글 ‘The Show Must Go On’ 은 그의 마지막 투병 중일 때 나온 메시지였다. 공연계도 지금 코로나로 투병 중이다.
코로나를 이겨내고 헤쳐나가는 공연현장이 구축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