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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작은 결혼식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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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2.14 15: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코로나 환자가 매일 매일 늘어나더니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섰고 전문가들은 더 많이 나올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확진자가 또 생겼다는 문자를 받았다. 백신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원활한 보급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걱정스럽다.

하필이면 이렇게 어지러운 상황에 절친한 언니가 딸을 여의게 되었다. 한 달 전에 결혼식이 있을 거라는 카톡을 받았는데 벌써 내일로 다가왔다.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것은 하객의 입장이고 정작 언니는 여러 가지로 심란하겠다 싶어 통화를 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예비 신랑·신부는 직장 동료들의 참석도 사양했다고 말하며 올 손님이 없다며 와 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준비를 하고 나섰다. 예식장에 들어가는 입구부터 꼼꼼히 발열 체크를 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코로나 상황이 좋아질까 미뤘던 신랑·신부들이 12월을 넘기지 않으려고 했는지 5건의 예식이 진행 중인데도 예식장은 한가했다. 접수를 받는 사람도 식사할 것인지 묻고 식사하지 않는다면 답례품을 전달했다. 식당으로 내려갔더니 일회용 비닐장갑과 2m 띄우기 간격으로 좌석이 배치되었으나 20여 명만이 앉아 있을 뿐이다.

드문드문 이가 빠진 듯 썰렁한 분위기에서 모두들 밥만 간단히 먹고는 총총 나가 버린다. 모처럼 만나서 반가운 사람도 있었지만 정겨운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다. 늘어나는 코로나 환자 수만큼 근심도 같이 늘어난다고 했다. 그 말이 정말 피부에 와닿는다. 언제쯤 가야 끝이 날는지.

식사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함께 갔던 지인들의 대화 역시 낯설기만 한 결혼식 풍경이다. 신혼여행도 뒤로 미루거나 제주도로 가는 커플이 많다. 일생을 통해서 최고 멋들어지고 화려해야 할 결혼과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야 할 신혼여행이 모두 약식으로 간소화되니 결혼을 하는 당사자들의 기분은 착잡할 것 같다.

큰언니는 내가 아주 어릴 때 결혼식을 했는데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1970년대로 기억하는데 시골이어서 신식 결혼식 문화가 늦었던 것인지 아니면 신, 구 결혼문화가 교차했던 때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언니는 한복을 입고 머리에 면사포를 썼고 형부는 양복에 두루마기를 걸쳤다. 그리고 우리 집 마당에서 결혼식을 했고 사진사를 불러 결혼식 전반에 걸쳐 촬영을 했다. 넷째 언니가 송사를 했고 형부 사촌 동생이 답사를 했다. 송사는 큰언니가 우리 집에서 얼마나 사랑스러운 딸이었는지를 구슬프게 읽어 내려가 모두들 눈물을 찍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답사는 주로 가벼운 내용으로 형부가 늦잠을 자면 놀부 마누라처럼 주걱으로 잠을 깨우라고 유머러스하게 부추기는 내용이었다.

송사와 답사 내용만 봐도 보내는 쪽의 아쉬움과 받아들이는 쪽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언니는 결혼식이 끝나고 그다음 날 가마를 타고 신행을 갔다. 그렇게 둘째 언니까지 우리 집 마당에서 결혼식을 했고 셋째 언니부터는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했다. 어디서 치렀든 하나같이 행복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마치 쫓기듯 부랴부랴 진행되고 있으니 아쉬울밖에.

큰아이는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작은 결혼식으로 하면서 야외에서 하는 것이라 한다. 가까운 사람들만 모아놓고 여유 있게 토크 형식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어쩌면 코로나 이후의 결혼식은 그리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토요일 일요일 주를 이루던 결혼식이 평일에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시간 또한 저녁을 먹으면서 하는 결혼식도 많아졌다. 그런데 요즈음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소수의 친척만을 모시고 치르는 새로운 결혼 풍속도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일생에 한 번뿐이라고 가끔은 허례허식에 치우칠 수도 있는 결혼식과는 달리 꼭 함께해야 할 사람들만 모시고 축복 속에 올리는 결혼식, 코로나로 인해 악화되는 상황 중 그나마도 높은 점수를 매기고 싶은 것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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