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지역대학 입학처장의 조건
[아침을 열며] 지역대학 입학처장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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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2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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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어제 모 거점국립대 교수로부터 문자가 왔다. 아주 친하고 아끼는 후배다. 입학처장을 맡게 됐다고 한다. 축하를 해줘야 하나 위로를 해줘야 하나 판단이 서질 않는다.

대학에서 꽃보직은 대학원장이다. 서열이 높다. 업무량도 외부에서 보는 거처럼 많지도 않다. 대학 환경이 안정되어 있을 땐 교무처장의 힘이 가장 막강하다. 교수 채용과 승진, 교과 운영 등에 깊숙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교무처장은 하위 20% 교수들 때문에 피곤하고,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은 상위 20% 때문에 머리가 아픈 자리다.

대학재정이 어려우면 기획처장이 힘들어진다. 등록금이 동결된 지 오래인데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민심을 핑계로 대학의 하소연을 애써 외면한다. 올해 상반기에 치러지는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준비로 기획처는 죽을 지경이다. 학생처장은 사실상 무풍지대다. 학생복지라는 급부행정업무가 있어 비교적 다른 처장에 비해 스트레스 양이 크질 않다.

산학협력단장의 경우 연 500억원 이상의 외부연구비를 관리하는 대학에서는 단장의 업무가 많지만 200억원 이하 대학의 단장은 그리 바쁘지 않다. 오히려 연평균 50억원의 사업비를 관리하는 LINC+사업 단장의 업무량이 더 많다.

비인기처장은 입학처장이다. 입시 결과가 좋으면 본전이고, 나쁘면 이사장과 총장으로부터 눈치를 받는다.

입시 경쟁률이 급락하면서 이러한 대학 처장들 간의 권력 구조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랭킹 30위권 이내 대학의 경우는 종전과 비슷하겠지만 그 외의 대학에서는 입학처장의 비중과 역할이 급부상할 것이다. 대학의 생존을 다루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 209개 일반대의 정시 경쟁률을 보면 평균 3.6대 1이다. 지역 소재 124개교 중 71개교(57.3%)가, 국립대 12곳이 미달 선인 3 대 1 미만이다. 우려하던 게 현실로 닥친 것이다. 2018년 대입정원(49만7218명) 대비 올해 입학자원은 42만893명으로 7만6325명이 부족하다. 2022학년도 8만5184명, 2023학년도 9만6305명, 2024학년도 12만3748명이 부족해진다. 서울권과 경기 남부권만 안정권이다. 지역대학의 경우 간호학과, 치위생학과, 물리치료학과 등 보건계열 학과와 취업이 잘 되는 일부 학과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학마다 비상이 걸리고 있다. 조직에서는 생존 문제를 다루거나 해결사 역할을 하는 사람의 입지가 커지게 된다. ‘업무의 중심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의 6대 핵심지표 중 학생 충원율(100점 만점 중 신입생 충원율 12점. 재학생 충원율 8점)을 입학처장이 관리해야 한다.

입학처장의 첫 번째 조건은 근성이 있어야 한다. 이번 입시에서 수요에 비해 대학 수가 많은 광역시에서 입시 경쟁률이 급락했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4대 1 이상의 성적으로 보인 대학은 입시에 사활을 걸었다고 본다. 아주 친한 총장과 통화를 했다. 대학의 순위가 높지 않고 소재 지역이 취약한데도 6대 1이 넘었다. 울먹이더라. 얼마나 힘들었으면… 가슴이 찡했다. 근성 하나로 파고를 이겨낸 것이다. 입학처장은 탈진상태겠지.

두 번째 조건은 친화력과 이타주의적 속성이 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입학처 직원과 소수 교수들만 입시업무에 투입되었다. 교수가 고교와 학원을 방문하는 걸 창피스러운 일로 치부해왔다. 이런 호시절은 완전히 갔다. 학과 단위로 뛰어야 한다. 다급해진 학교 본부는 교수 개인당 입시 실적으로 수업시수를 배정하고, 충족 못 하면 시수 감축과 부족 시수만큼 보수를 삭감하는 상황까지 갈 것이다. 미꾸라지 다섯 마리를 줄 세우는 거보다 교수를 움직이기가 더 힘들다. 이걸 입학처장이 해내야 한다. 발품을 팔아 교수 개개인에게 읍소하고,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세 번째 조건은 상황판단능력과 마케팅 능력이다. 모 대학의 경우 수시 입시에서 경쟁률이 높아 안심했는데 갑자기 포기자가 많아 정시로의 이월이 급증했다. 수험생들은 그 대학의 정시 정원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고 관심 대학에서 제외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황에서 입시 홍보에 실기해 참패했다. 개인맞춤형 타깃관리, 추적관리시스템 등 마케팅 전략을 다각화해야 한다. 중범위형 학문 분야별로 세분화해 입시군단을 꾸려야 한다.

위기 때는 일에 기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대학 당국에서는 철저히 실적에 따라 보상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인데…”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온다.

이번에 입학처장으로 발탁된 후배 교수는 총장 선거에서 반대편 교수라고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다. 그 흔한 외국 박사도 아니다. 이런 스펙인데, 왜 발탁됐을까? 총장이 입학처장의 중요성을 간파했고, 누가 자기 대학을 살릴 수 있을지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조건을 갖춘 인재를 찾아내다니, 이 대학은 망하지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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