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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 속 장애인 차별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꿈제작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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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0.06 17:14
  • 기자명 By. 충청신문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꿈제작소 대표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꿈제작소 대표

누구라도 시간과 비용이 허락되면 나설 수 있는 영화 관람. 그러나 대개의 사람에게는 불편이 없는 영화 관람이 특정인에게는 아주 불편한 일일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영화 관람을 통해 사회가 얼마나 다수자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세상에 알렸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한 차별 구제 청구 소송’에 나선 사례가 있다. 이들은 영화관을 상대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을 요구했다.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조치해달라는 소송이 황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황당할 것 없다. 장애인도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평등권을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송은 장애인들의 완승으로 끝났다. 법원은 피고인 영화 제작자와 배급자가 원고인 청각장애인들에 화면 해설화면과 자막을 제공하고, 시각장애인들에는 FM보청기를 제공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원고들이 영화 및 영화관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통해 화면 해설 또는 자막을 제공하는 영화와 상영관 및 상영시간, 그 밖의 장애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의를 각각 제공하도록 판시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 자료 또는 큰 활자로 된 문서를 제공하고 청각장애인에게는 한국수어 통역 또는 문자에 의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판시했다. 또한, 소송을 진행하는데 소요된 모든 비용을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장애인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라면 이 판결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해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주 간단히 생각하면 된다. 장애인차별 금지법에서 정한 정당한 편의 제공의 의무를 생각하면 된다. 나아가 헌법에서 보장한 평등권을 적용하면 이러한 판결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장애인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헌법을 비롯한 모든 법률이 정한 바를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해 세상을 보면 장애인들이 우릴 권리는 지금보다 월등히 포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전국 곳곳에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그 많은 도서관에 점자도서가 얼마나 비치돼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할 말을 잃는다. 전국의 수없이 많은 공공기관이나 단체, 민간업체에 수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장애인과 소통할 수 있는 인력이 얼마나 배치돼 있는가를 생각하면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려가 취약한지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겨우 엘리베이터 설치가 일반화됐고, 계단 옆에 경사면을 만들어 지체장애인의 편의를 도모하는 수준의 사회적 배려가 정착하고 있는 단계이다.

장애의 유형은 대단히 다양하고 각 유형에 따라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는 많다. 하지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비교할 때 소수라는 이유로 그 모든 서비스는 무시되기 일쑤다. 내가 장애인이 아니고, 내 가족 중 장애인이 없다고 해서 장애인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오산이다. 국내 250만 여명의 장애인 중에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이가 불과 10%인 25만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후천적인 질병이나 사고에 의해 장애인이 된다. 즉 누구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 내가 장애인이 아니고, 내 가족 중에 장애인이 없다는 이유로 장애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옳지 않다. 세상에 장애인이 되고 싶어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질병이나 사고는 누구에게라도 찾아올 수 있다. 나와 내 가족에게는 절대 장애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장애는 어느 순간 찾아올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잠재적 장애인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장애인이 불편을 겪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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