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전시가 ‘지역안전지수’등급이 가장 많이 개선된 지자체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시민들에게 ‘가뭄에 단비’와 같이 반가운 일이다. 전국 최하위 수준이던 지역안전지수 개선을 위해 분야별 다양한 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해 온 노력 덕분일 것이다.
폭력, 범죄, 사고, 재난 등이 안전과 직결되지만, 안전을 위협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최근에 불거지는 갑질과 불공정 문제 등을 미루어 볼 때 사람과의 ‘관계’안에서 안전한가? 사회적 환경안에서 ‘생존’에 위협받지 않는가를 질문하게 된다. 살면서 불안을 느끼고 안전에 대한 필요를 느끼고 살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해 본 적이 있는지 자문해 본다.
대한민국에서 주류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안전에 대해 요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안전’을 요구하는 사람은 취약계층이거나 사회적 약자일 때 해당한다. ‘안전’이란 단어는 외국인, 노동자, 빈민 등이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일상에 꼬리표로 붙여 요구하는 말이다.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심리적 불안이 급증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지고, 갈등과 폭력피해도 늘어나면서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사회적 타살’이라 부른다. 사회구조적 문제, 물리적․ 정신적 폭력 등 외적 요인이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가장 기반이 약한 취약계층부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자살자는 15.2% 감소했다. 이는 모든 연령층에서 마찬가지이지만 10대와 20대, 특히 20대의 자살률은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자살과 관련하여 주목할 부분은 20대 여성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 자살률은 남성이 여성과 비교해 2~3배 높지만, 20대 여성 자살시도자는 전체의 32.1%이고, 자살률의 증가 폭은 다른 세대와 성별을 훨씬 상회한다. 엄마 세대인 50년대생, 60년대생에 비해 5~7배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20대 여성들의 삶의 조건을 들여다봐야 한다.
20대 여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취업 스트레스가 심각하고, 성평등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으나, 현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 성추행이나 폭행 등의 범죄에 노출된 이후 제대로 된 보호나 정신적 치료를 받지 못한 데 따른 트라우마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살률을 높이는 것으로 생각 된다.
청년들은 더 이상 결혼제도가 전 생애 생존의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년 여성들은 전 생애에 걸쳐 노동 중심적 생애를 유지하는 것을 절박하게 선택하고 있다. 그래서 ‘가족 중심’으로 설계된 정책적 지원들이 노동시장에서 독립된 개인으로 살고자 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가닿지 않고, 이런 여성들을 지원책에서 배제해 오히려 자살률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을 전제로 한 지원정책은 자신의 직업과 커리어를 중심으로 삶을 설계하는 ‘개인’인 청년 여성들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삶이 가능하게 하려면 안전이 우선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여성1인 가구는 333만 9000가구로 작년보다 2.6배 늘었고, 여성 대상 성폭력 건수는 2019년 기준 3만 1400건으로 2010년 대비 54%가량 증가했다. 1인 여성 가구가 늘어나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범죄도 같이 늘어난다. CCTV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범죄를 막을 수 없고, 생활권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피해자가 신고하면 적극적인 수사체계와 대응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디지털 범죄 예방체계가 갖춰지고 사회적 약자도 불안에 떨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전망이 구축되면 좋겠다.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기를 희망한다. 약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는 1인 가구도 불안에 떨지 않고, 안전하게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될 때 가능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