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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어서야 하는 이유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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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2.26 16: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성탄절에 찾아온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학생들은 좀 더 좋은 대학, 원하는 학과에 진입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 계절이다. 크건 작건 패배를 경험한다. 사실 패배는 아닌데도 말이다. 기대가 높으니까 넘어지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내 기대에 부응치 못하는 현실은 패배가 아니다.

한편, 수험생들은 최고 갑(甲)의 위치를 즐기고(?) 있다. 지방대 교수들은 수시모집 등록 업무로 정신이 없다. 12월 말에 수시 등록이 마감된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수시 등록상황을 지켜보며 가슴 졸인다.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 모셔와야 하는 현실이 참 슬프다. 전화로는 등록한다고 했는데, 결국 등록을 포기했다는 입학처의 연락에 자존심이 무너진다. 자괴감이 들어 가족에게도 입을 닫는다. 패배감을 맛본다.

입학 후에는 상황이 다소 역전된다. 얼마 전에 학생이 휴일에 전화를 걸었다며 기분 나빠하는 교수를 봤다. 많은 등록금을 냈는데도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교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학생의 ‘본전 생각(?)’을 상상해봤는지? 학생은 수업 시간에만 궁금해야 하고, 주중 낮에만 전화 받을 정도로 교수직이 그리 고매한 건지 잘 모르겠다. 입시 시즌에서의 학생에 대해 간절함이 입학 후에도 이어져야 한다. 그게 학생을 성공으로 이끈다. 대학이 생존하는 길이다.

코로나19가 근 2년째 지속되다 보니 학생들의 토론 능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젊은이들의 역동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라와 사회가 밝아진다. 가르칠 교(敎)와 자랄 육(育)이 합쳐진 게 교육(敎育)이다.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 토론 능력과 팀워크 정신을 키우는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한다. 다양한 공모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담당하는 수업은 모두 토론식 수업이다. 비교과 활동의 일환으로 외부 공모전에 참가하도록 한다. 의무는 아니다. 다른 학생들이 도전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모두 참여한다. 도전할 때의 고통과 성장을 맛본다.

충북대학교 국제개발연구소(교육부 지정 중점연구소)에서 주관하는 ‘대학(원)생 적정기술 아이디어 공모'에 정기적으로 참여한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지식재산권을 사회적경제와 접목시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활성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배재대학교 LINC+사업단, 제주관광대학교, 한서대학교 링크플러스 사업단, 우석대학교 LINC+사업단, 건국대학교 링크플러스사업단, 한국비교정부학회 등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함께하는 좋은 수업’ 공모전에 참가하여 타 대학 학생들과 자웅을 겨룬다. “강의와 지식전달은 교수만의 독점영역인가? 왜 학생은 받아적기에만 익숙한가? 학생 스스로 사고하고 통찰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만든 공모전이다.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에서 학생들의 발제와 토론을 녹화해서 출품한다. 학생들이 놀랄 정도로 발표를 잘한다. 학생의 인지적·정의적 성장과 수업 중 상호작용과 같은 학생의 실제적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건국대학교 융합연구총괄센터(한국연구재단 학제간 융합연구 지원사업 총괄)에서 주관하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융합아이디어 공모전’에도 참여한다. 인문 사회과학 분야 학생들이 이공계 기술을 접목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다른 대학의 학생, 이공계 학생을 포함한 팀을 꾸리도록 유도한다. 전혀 모르는 타 대학 학생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만 주고 협력하라고 한다. 처음엔 연락이 안 된다며 팀 구성이 지연된다. “이봐, 해봤어?”라는 정주영 회장식 방식으로 호되게 나무란다. “그 대학 학과 사무실을 통해 해당 학생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만나고 오라”고 한다. 투덜투덜하긴 하지만 결국 팀을 꾸려온다. 아이디어를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는 크고 작은 장애에 부딪힌다. 우리 학생들은 그걸 이겨낸다. 어떨 땐 새벽 2시에도 카톡이 온다. 자기들끼리 줌으로 토론하다가 궁금한 게 생긴 거다. 나이 든 교수는 한창 자고 있는데…. 즉시 일어나 궁금증에 답한다. 지적 호기심은 오래 놔두면 식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깬 잠이라 뒤척인다. 그래도 즐겁다. 학생은 취업의 벽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데 한밤중이지만 난 누워서 전화를 받지 않는가.

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넘어지기도 한다. 자신의 능력의 한계에 실망도 한다. 왜 협력해야 하는지를 체득한다. 수업 중 잘한 학생의 부모님에게 카톡을 보낸다. “오늘 자녀가 이러이러한 점이 돋보였다. 교수가 화려한 직업은 아니지만, 자녀를 통해 희열을 맛본다. 멋지게 키워보시라”. 이 몇 마디 카톡 하나로 부모님은 고단한 삶의 보상을 얻는다. 그 학생은 눈빛이 달라진다. “교육”에서 스스로 자라는(육, 育) 방법을 확인한 것이다.

패배를 자주 하다 보면 패배에 길들여지게 된다. 그러면 이기는 방법을 까먹게 된다. 시련에 항복하지 않는 한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깨달아야 한다.

20대는 지나 봐야 그게 아름다웠다는 걸 깨닫는 세대다. 그들에게 “넘어지는 게 죄가 아니라 일어서지 않으려 하는 게 죄다”는 걸 가르쳐 주기 위해 수험생에게 등록 독려 전화에 매달리는 당신이 있어 지방대가 산다.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쓰나미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당신이 “챔피언(싸이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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