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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삼월이 시작되다

신미선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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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3.01 14: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신미선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베란다 창으로 따뜻한 볕이 한창이다. 겨우내 거실 안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던 화분들을 밖으로 내놓아 싱싱한 햇빛을 맘껏 쐬도록 자리를 잡아주고 덩치만큼이나 무게도 묵직한 겨울 외투를 정리해 세탁소로 보낼 준비를 한다. 어느덧 깊고도 길던 침묵의 겨울은 가고 그 자리 가득 가볍고 따스한 봄기운이 다가앉을 일만 남은 시간, 삼월이 시작되었다.

새해가 되었다고 온갖 계획을 세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은 흘러 삼월의 문이 활짝 열렸다. 열두 번의 행복한 달들이라는 인디언 달력에는 삼월을 이르기를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이라고 표현하였다. 하루가 다르게 훈풍이 불어 겨우내 잠들어 있던 대지를 깨우니 늘 그렇듯 절기에 발맞추어 계절은 끊임없이 변화를 몰고 옴을 에둘러 말함이리라.

삼월의 첫날은 올해로 103주년을 맞이하는 삼일절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 비대면의 일상을 살고 있기에 온종일 집 안에서 순국선열에 대한 깊은 애도의 마음만 되새기는 하루로 시간을 보냈다.

이십여 년 전 일이다. 지금은 건강한 대한민국의 청년으로 자라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여섯 살 때 삼일절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아이는 텔레비전에서 삼일절에 관한 뉴스와 집 집마다 태극기를 게양하는 모습이 나오자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태극기를 그려 베란다 유리창에 붙여놓는 것이 아닌가. 그 당시 아파트 저층에 살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오며 가며 들여다보던 기억이 있다. 작은 손가락으로 비뚤비뚤 어설픈 태극기 그림이었지만 그 마음이 기특해 칭찬과 함께 기념사진으로 남겨 둔 흔적이 지금도 가족 앨범에 간직하고 있다.

삼월의 둘째 날 근무하는 학교에서 개학식과 입학식이 있다. 가족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한명 두명 유치원 문을 열고 들어오면 올망졸망 그 모습이 하나같이 병아리처럼 귀여우리라. 생각만 해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코로나라는 복병으로 말미암아 아이들만 유치원 안으로 들어올 수 있고 부모님들은 밖에서 대기해 달라는 양해를 구해야 하지만 시절이 시절인 만큼 너그러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예전처럼 부모님을 모두 유치원 안으로 모셔 이것저것 실내환경도 둘러보시고 꼼꼼하게 행사를 치르면 좋으련만 코로나로 인한 예민한 시기이니, 약소하게 행사를 진행하고 나머지 자잘한 안내사항은 문자메시지를 활용하는 것이 요즘의 흐름이다. 어찌 되었든 학교라는 공간에서의 삼월은 그 어느 달보다 생기가 돋고 활기가 넘치는 시간의 연속이다.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매일매일 모든 것이 새롭다.

올해의 삼월은 또 한 가지의 중요한 행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이 들어있는 달이다. 요즘 우편함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발송한 투표안내문과 전단형 선거공보가 속속 전달되고 있다. 거리에 나가면 선거용 벽보는 물론 후보의 공약을 알리는 유세차량의 확성기 소리가 우렁차다. 조금은 불편한 소음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이 나라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 그 어느 때보다도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리라 수긍하며 참아낸다.

미국의 소설가 루이스 라모르는 “민주주의가 성립하기 위해서 우리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투표하지 않는 자, 불평할 권리도 없다고.”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안창호 선생은 일찍이 “참여하는 자는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다.”라고 하기도 했다. 민주주의의 꽃으로도 비유되는 선거일. 나의 한 표가 세상을 바꾸고 미래를 좌우한다는 신념으로 반드시 저마다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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