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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낮은 곳에서의 외침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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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3.06 13:2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산 정상에서 외쳐야 산울림이 크다. 산기슭에서의 외침은 금세 사라진다. 비록 울림은 작지만 널리 전해졌으면 좋겠다. 지방대학과 전문대의 외침 말이다. 올해에는 대학들이 신입생 등록을 그럭저럭 채웠지만 2024학년도의 입시 한파가 재깍재깍 다가오고 있다.

이번 주에 새 대통령이 결정된다. 그동안 선거 과정에 대학정책과 관련된 이슈들이 쟁점화되지 않은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곧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된다. 여기에서만이라도 지방대학과 전문대의 외침에 응답이 있기를 기대한다.

첫째, 대학구조조정정책, 구체적으로 향후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을 정원 감축의 주 타깃으로 삼지 말라. “약하니까 먼저 없어져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은 또 다른 정부실패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상생을 위해 현재 입학정원을 원샷으로 10%씩 감축하자. 열심히 경쟁력을 키워온 대학의 경우 대학원 정원으로 이동하면 그만큼 정원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면 된다.

둘째, 대학등록금 동결을 한 지 14년째다. 대학교육이 등록금이라는 투입비용보다는 산출 효과에 역점을 둘 때가 왔다. 6월 1일 동시지방선거가 끝나면 2024년 총선까지는 등록금정책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기간이다. 냉정하게, 객관적 시각으로 대학등록금 문제를 다룰 때가 왔다. 일정 범위 내에서 등록금의 자율 폭을 인정하자. 수요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대학은 등록금을 올리지 못할 거다. 자구책을 세우지 못하는 대학은 쇠락의 길로 가게 된다. 이게 정부의 인위적 대학구조조정정책보다는 정부실패 폭을 줄일 수 있다. 고등교육재정을 ‘GDP 대비 1%’로 확대해서 증액되는 4조원을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투입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표준현장실습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열정페이 폐단을 없애자는 순수한 의도는 백번이라도 찬성한다. 기업 중에서 실습생에 대한 임금을 부담할 곳이 얼마나 있다고 보는가? 그럼 대학에서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지방사립대와 전문대 현장을 한번 둘러봐라. 이게 가능한지? 교과과정에서 ‘00실습’이라는 교과목을 없애고 있는 실정이다. 광역지자체에서 70%까지 분담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만큼이 어렵다면 지역혁신지원사업(RIS) 예산에서 지역대학의 표준현장실습 비용 일부를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RIS예산은 지역사립대와 전문대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몇몇 대학이 몰아가고 있다. 현장실습은 대학의 경쟁력 순위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넷째, 대학입학 정원 외 비율을 5%까지 순차적으로 축소하자. ‘정원 외’ 입학은 사회적 약자에게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특별전형’으로, 농어촌, 저소득층, 특성화고교 졸업자, 장애인 등 대상자, 재외국민, 외국인 등을 선발할 수 있는 제도이다. 입학자원이 70만 명일 때 5%이던 정원외 비율이 2021학년도에 15.6%나 늘어났다. 대신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대학 진학 기회를 넓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섯째, 전문대 교수만 신청할 수 있는 산학중점 실용연구지원사업을 하나 만들자.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지역대학 우수과학자 지원사업과 같은 형태다. 누구나 도전하도록 되어 있는 사업에 신청하면 되지 뭐 하러 또 다른 형평성 개념의 사업을 신설하느냐는 반론도 일리는 있다. 교육과 연구가 교수의 의무이긴 하지만 전문대 교수들은 연구실에 앉아 연구할 틈이 거의 없다. 실용화된 교육은 전문대 교수들이 더 잘한다. 1인당 연 1000만원, 300명을 지원 대상으로 삼으면 30억원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가르치는 자”의 자부심을 심어주면 안 될까? 그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학생들을 지도한 노하우를 축적해서 공유하는 것도 공익이다.

얼마 전에 지역사립대(일반대) 교수협의회장과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 테니스동호회에서 고교 교사가 “우리가 포기한 학생인데, 그 친구들이 형님 대학에서 수업 제대로 들어요?”라고 묻더란다. “그런 애들을 얼리고 가르쳐서 번듯하게 사회에 나가게 한다. 내가 죽으면 사리가 나올 거다”고 했단다. “당신들이 애국자다”.

비록 산기슭에서의 작은 외침을 대신 전한다. 그들의 기도가 정책에 반영되길 기대한다. 대통령직인수위 당신들은 국민의 선택을 받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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