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목요세평] 약손

이종구 수필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2.05.18 00: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수필가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을, 어렸을 때는 참 많이 들었다. 들었다기 보다는 여름철 배앓이를 할 때 어머니가 배를 쓸어주시며 주문처럼 하시던 말씀이었다. 신기하게도 어머니가 배를 쓸어주시면 얼마 가지 않아 아픔은 사라지고 잠이 들곤 하였었다. 정말로 엄마 손은 약손이었다.

노년에 접어든 이즈음에도 가끔 발작하는 배탈에 어머니의 손길을 생각해 본다. 간편하게 구입해 놓은 소화제 등 상비약을 먹고 배앓이를 견뎌 보면서 내 손을 배에 대고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을 되뇌여 보며 어머니를 생각해 보곤 한다.

일부 심리학자와 의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치료(?) 방법이 뜻밖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위약(僞藥)효과라는 것이고, 다음으로 엄마의 손으로 배를 문질러 주는 맛사지 효과로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아픔을 감소시키는 효과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머니의 ‘사랑의 기(氣)’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어 통증을 완화시킨다는 것이다. 아마도 마음의 안식처, 포근함, 기대고 싶은 대상 등 어머니라는 이름 속에 담겨있는 사랑과 정성이 치료 효과를 상승시키는 것이리라.

어디 ‘엄마 손이 약손뿐일까?’ 아이들이 서글퍼 울 때도 대개는 ‘엄마’를 부르며 운다. 포근함과 쉼의 대명사격인 ‘엄마품’이라는 말 또한 생각만 해도 평안함을 주는 말이다. 오래전 손녀가 유치원에 다닐 때였다. 제 에미가 보고 싶어 유치원에서도 가끔 운다는 것이였다. 생각 끝에 에미 사진을 요즘 신분증처럼 만들어 목에 걸어주었었다. 엄마 보고 싶으면 보라고. 그 후에 울음이 사라졌다. 엄마-어머니는 마음의 안식처이고, 쉼터이며 기댈 수 있는 부목(副木)이고 추위를 막는 가림막이며 안전한 보금자리이다.

고려 시대 속가(俗歌)로 전해지는 ‘사모곡(思母曲)’은 “호미도 날히언 마라난 / 낟가티 들리도 업스니이다 / 아바님도 어이어신 마라난 / 위 덩어둥셩 / 어마님 가티 괴시리 업세라 / 아소 님하 엄마님 가티 괴시리 업세라”라고 한다. 어머니의 사랑이 아버지의 사랑보다 큼을 호미와 낫의 날에 비유하여 소박하게 읊고 있다. 동의적(同意的) 병행구조로 아버지들이 들으면 좀 서운할지 모르나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표현하여 읽고 읊조리며 되뇌일수록 어머니의 사랑이 새록 새록 떠오르게 되는 것은 필자만의 감성일는지.

어린시절 부른 “높고 높은 하늘이라…”, “넓고 넓은 바다라고…” 등 ‘어머님 은혜’와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의 ‘어머니의 마음’ 등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가사라는 생각이 든다.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 사랑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쩌다 뉴스에 등장하는 ‘아동학대사건’을 보면 과연 저들이 동물만도 못하다는 서글픔에 젖어 들곤한다. 죽은 새끼를 위해 자리를 뜨지 않고 있다는 어미개 이야기, 산속에 새끼를 낳고 풀빵 한개를 물고 가서 먹이는 어미개 등의 이야기를 볼 때 ‘개 같은 0’이라는 욕보다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말이 더 큰 욕이 아닌가 싶다.

그간 covid19가 잡은 발목도 풀렸다. 5월이다. 가정의 달이다. 어버이날은 지났지만 신록 사이로 부는 초여름의 바람결 따라 부모님 모시고 나드리라도 하면 좋겠다. 먼 곳, 이름난 관광지가 아니라도 동네 공원에 어마니 손 잡고 산책이라도 하며 잊혀졌던 ‘약손’의 사랑을 다시 한번 더 체감하는 가정의 달이 됐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