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관심사는 내후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공천 룰’을 의제로 포함할 것인지다.
당내에서는 '혁신위에서 공천 개혁 문제를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는 찬성 의견과, '총선이 1년 반 넘게 남았고 1년 뒤 차기 지도부 선출이 예정된 상황에서 당내 분란만 키울 소지가 큰 공천 이슈를 굳이 손대야 하느냐'는 반대 의견이 동시에 분출되며 맞부딪히고 있다.
특히 친윤(친윤석열) 의원 그룹에서는 이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해 혁신위를 활용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이 이 대표가 추진하는 혁신위에 대해 “이 대표 자기 정치를 위한 사조직처럼 오해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정면 반발하면서 당내 논쟁에 한층 더 불이 붙은 모습이다.
배 최고위원은 전날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에 가기 전 혁신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공천과 관련한 것을 다룰 거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혁신위가 진짜 혁신을 하는 게 중요하지, 여기서 2년 가까이 남은 공천 문제를 이야기하면 다 죽는다”면서 “지금은 두 번의 전국단위 선거에 대해 평가하면서 젠더 갈등과 청년 정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런 주장이 '과민 반응'이라는 지적과 함께 혁신위가 공천 개혁을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다른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현재 국회의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다음 총선이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빚어지는 것"이라며 "혁신위에서 논의하다 보면 공천 개혁 문제가 의제에서 빠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용태 최고위원 추천으로 ‘1호 혁신위원’으로 임명된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BBS 라디오에서 “혁신위가 공천 관련 논의를 한다고 당 대표의 사조직이 되는 건 아니다”라면서 “배 최고위원도 본인이 추천권을 행사했고 다른 최고위원들도 추천권을 행사한다면 다양성은 저절로 확보되고 이 대표의 사조직이 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반박했다.
이어 "저희가 이 대표의 임기 이후에 있는 총선에서 이 대표의 공천 지분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도 사실 없다. 명분 없는 개혁을 한다면 다음 번 당 대표가 와서 뒤집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CBS 라디오에서 "앞으로 혁신위가 어떤 어젠다를 갖고 어떻게 로드맵을 갖고 갈지에 대해서는 추후 혁신위가 논의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 혁신위 의제를 둘러싸고 의견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과는 별도로, 혁신위 구성에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는 모습이다.
현재 지도부에서 조수진 정미경 김용태 최고위원과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4명이 이 대표의 요청에 따라 혁신위원 추천을 마쳤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배현진 윤영석 최고위원은 아직 추천하지 않은 상태로, 배 최고위원은 초선의 정희용 의원을 추천했으나 정 의원이 고사해 새 인물을 찾고 있다. 윤 최고위원은 이번주 안에 초재선 의원 중 한 명을 추천할 예정이다. 다만 권 원내대표와 배 최고위원은 "추천하려 해도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일단 혁신위 출범 자체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대다수다.
하지만 '이준석 사조직' 등의 비판 발언이 나오면서 혁신위가 출범하기도 전에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혁신위 활동 기간 내내 '공천 룰'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혁신위에서 전반적으로 당의 조직이나 당원 관리 문제를 다 점검해보려 한다. 정당의 기능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정치 인력 공급'의 문제인 만큼 혁신위 성격상 공천에 대한 부분을 안 본다고 할 수는 없다"며 공천 개혁을 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