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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탄소중립 화장실 문화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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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6.19 17: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인류문화가 발달해오며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 화장실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화장실은 배설을 보여주는 창이자, 그 밖에 여러 가지 흥미로운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는 실험실이기도 하다. 우리는 목욕만 하려고 화장실에 가지 않으며, 단지 쉬려고(rest) 화장실(restroom)에 가는 사람도 없다. 배설은 풍부한 심리적 의미를 전달한다. 이러한 의미가 널리 공유되는 현상은 사람들에게 배설이 얼마나 뿌리 깊은 관심사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알렉산더는 억눌려 있는 정서가 무엇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장 기능장애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설사나 대장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무언가를 내주거나 치워버리고 싶은 욕망이 억압되어 있지만, 변비로 고생하는 유형은 무언가를 소유하고 유지하려는 욕망이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도 이미 비슷한 내용을 주장한 바 있다. 연구 결과 설사 환자의 꿈은 무엇인가를 주는 내용이 더 많았고, 변비 환자의 꿈은 무엇인가를 소유하거나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내용이 더 많았다고 한다.

지구상에 배설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만약 누군가 배설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병이고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다. 하지만 ‘배설’에 관한 일이 대개 그렇듯 배설은 점잖은 사람이 노골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기껏해야 유치한 관심과 저속한 유머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배설이 저속하고 나쁘기만 한 것일까? 우리 몸과 마음의 모든 배설, 그리고 배설 공간에 관해 심리학으로 두루 이야기한다. 과민한 대장과 신경질적인 방광에서부터, 방귀와 배설 관련 욕설, 화장실의 낙서를 심리학과 성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심지어 변기 깔개를 내려놓는 게 좋을지 올려놓는 게 좋을지까지 심리학적 통계학적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요즈음과 같이 본격적으로 공중화장실 문화 개선 운동을 시작한 것은 아마도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올림픽,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하여 정부가 주도하여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잘 사는 서구 유럽을 비롯하여 선진국을 여행하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공중화장실이 깨끗하고 잘 관리되는 곳을 본 일이 없다. 선진 관광 국가라고 일컫는 현지에서 유료로 운영하는 화장실을 이용해 보면 불결해서 불쾌감이 들 정도였다. 고속도로나 전철을 이용할 때 화장실에 가보면 더욱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화장실이 청결하고 명언이나 명시, 명화 등을 부착하여 볼거리를 충족하고 있다. 어떨 때는 호기심에 백화점이나 아웃렛 등에 들려 공중화장실을 가보기도 했다. 일전에 공원을 산책하다가 화장실에 들렀다. 화장실 문에는 정겨운 그림이 그려져 있고 소변기, 특히 어린이 소변기는 앙증맞은 로버트 모양의 소변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지역마다 자랑할 만한 공중화장실은 세계 어디에 홍보하고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불과 20년 만에 이렇게 화장실 문화가 바뀌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요즈음은 눈만 뜨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쉽사리 적응하기도 어렵다. 인공지능, 로봇, AI 등은 이미 우리 생활 속으로 가까이 와 있다. K방역, 코로나, 팬데믹, 메타버스 등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매일 눈 앞에 펼쳐진다. 최근에는 부쩍 기후환경 변화와 탄소중립의 물결이 우리가 지구상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언론매체와 전문가들은 가늠하기 어려운 무서운 결과로 지구상에 도래할지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스쳐 지나가는 변화의 하나로 넘기기에는 두려움이 앞선다. 심각한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회복할 수 없게 된 지구환경을 그대로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 단체, 개인 모두가 크고 작음을 떠나, 내 일 네 일을 가리지 말고 모든 일을 찾아내어 실천해야 할 일이다. 화장실 문화를 가꾸는 일도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계속 진행해 왔지만,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탄소중립’을 위해 화장실에서의 작은 실천을 실행에 옮겨 나가야 하겠다. 먼저 화장실에서 화장지를 조금만 절약하여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까짓 화장지를 두고 그러느냐며 적게 써라, 아껴 쓰라 하느냐? 차라리 다른 큰 것을 절약해야지’라는 말을 듣게 된다. 탄소중립은 큰 기업들이나 해야 할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화장지 사용은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화장지로 인해 얼마나 많은 나무가 베어지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화장실용 화장지 한 칸은 대략 11cm다. 1인당 화장실 휴지 사용 조사를 했을 때, 적게 사용할 때 소변 시에는 60㎝, 대변 시에는 120㎝를 사용한다. 화장실 화장지부터 한 칸 두 칸씩 아껴 쓰면 30년을 키운 나무를 덜 베어도 되므로 기후환경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화장지 제작 업체에서도 유념할 일이다. 공중화장실에서 사용되는 둥근 두루마리 화장지가 최소 20㎝ 정도에서 쉽게 끊어져야 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화장지는 끊어지는 선이 확실하게 되어 있는데, 반해 공중화장실의 큰 둥근 화장지는 끊어지는 선이 희미하거나 아예 없다. 사용 시에 휴지 끝을 잡아당기면 ‘드르륵’하고 내려와 소변 시에도 70~100㎝가 풀린다. 자르는 선을 수월하게 만들어놓으면 화장지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화장지는 거의 30년 이상을 키운 나무를 베어 만든다. 우유 팩 등을 활용한 재활용 화장지는 극히 일부다. 이런 작은 부분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가면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탄소배출 줄이기가 한층 효과를 거둘 것이다. 또한 공공 화장실 설치 시 천창을 내어 햇빛을 끌어들여야 한다.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자가 전기발전 등도 화장실 내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용변기의 물 사용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관찰해야 한다. 환경부 수도법 시행규칙은 양변기 1회 물 사용량이 6ℓ를 초과할 수 없는 구조로 제작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칙에 의거 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변기 물 사용에 대체로 6ℓ 변기를 부착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12ℓ 이상의 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구의 온도상승, 기후환경 위기, 탄소중립, 친환경 뉴딜, 탈석탄 에너지 전환 등은 매우 어려운 일들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 먼 나라,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의 온도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기후환경 위기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이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매일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인 화장실의 개선을 위한 문화운동은 이제 환경과 기후 위기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선 물과 휴지 등 낭비가 너무 심한 편이다. 개개인의 편의만을 위해 물의 오염과 나무가 함부로 잘려 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아주 사소한 실천 하나가 지구를 살리고 결국 각자의 생명을 지켜내는 길임을 국민이 모두 깨달아야 하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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