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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충청의 문화를 제대로 살리려면

최혜진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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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7.25 17: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최혜진 목원대 교수

충청도는 예로부터 기호유학의 산실로 양반들이 대대로 살았다. 양반들의 이념과 사상은 주로 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예의염치를 따지기 좋아했고, 충청도 양반들 역시 체면을 중시하고 명분을 앞세우는 것은 다른 지역못지 않았다. 하지만 충청도 양반들은 기질상 대놓고 논리나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상대방이 미리 그것을 알게끔 하여 큰소리 나지 않게 문제 해결을 하는 지혜가 많았던 것같다.

판소리 ‘춘향가’의 산세타령에는 ‘경산도 산세는 산이 웅장하기로 사람이 나면 정직하고, 전라도 산세는 산이 촉하기로 사람이 나면 재주있고, 충청도 산세는 산이 순순하기로 사람이 나면 인정있다’라고 노래하지 않는가. 순순한 산세에서 태어난 충청인들이 만들어 낸 문화 또한 사람을 닮아서 어느 한군데 막히지 않고 전국으로 흘러갔다. 현대 가무악의 조상인 ‘중고제’ 예술만 보더라도 그 음악적 심성이 충청인들과 같아, 모두 담백하고 꿋꿋하면서도 은근한 멋이 흐른다.

그렇다고 해서 충청인이 느리거나 애매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번 마음 먹은 일은 뚝심있게 해내면서도, 마음은 열려 있어 당파나 지역, 색깔 등을 초월한 ‘중도’ 지역이었으니, 그것은 접경지역의 문화를 우리 지역에서 포용하고 융합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로는 경기, 아래로는 경상, 전라를 맞대고 있어서, 지역적으로 아래 위가 소통을 하기 위해서 충청도를 거치지 않을 수가 없었던 지리적 요건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충청도를 허브지역으로 하여 문화의 선순환과 전파가 일어났던 것이다.

전통시대에 이러한 충청도의 역할은 지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서울 경기지역의 신문화를 재빨리 받아들이기도 하고, 아랫녘에서 올라온 향토문화는 멋지게 재가공해 서울로 공급해주는 문화기지 역할을 했다. 조선후기 ‘갑신완문’(1824)만 보더라도 충청도 출신 광대가 팔도광대의 우두머리인 도산주 겸 도대방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충청도라는 지역은 문화의 유통 중심지역이자 전국의 광대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고 예술을 발전시키던 지역이었다. 이러한 흔적을 우리는 지금 ‘중고제’ 예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대에는 지역의 문화가 지역적 고유성을 넘어서 세계에서 인정받는 세계보편문화로서의 위상을 가지기도 한다. 문화는 삶의 양식이듯이 자신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곳에서 사람공동체가 만들어낸 그 지역만의 문화가 독창성과 고유성의 자질로 세계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독창적 문화는 역사를 이어가면서 우리의 문화 원형으로서 자리잡게 된다. 집단의 무의식 속에 전해져 내려온 충청의 정서와 미적 감각이 다른 지역과는 다른 개성적인 문화와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현 시대에 문화원형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무형문화재들이라 할 수 있다. 긴 시간을 이어온 무형의 문화자산들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유전자 속에 깊이 각인되어 흐르고 흐른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선택하고 전승하고자 하는 것들이 아니라면 사라지는 것도 쉽다. 이 지점이 바로 우리의 안목과 지혜를 요구하는 지점이다. 우리가 길이 남겨야 할 문화 유산은 무엇인가를 잘 선별하고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충청지역 출신의 많은 전문 예술인들이 19세기의 전통을 이어 근대에 발전시켰으나, 우리는 현재 그 전통을 잘 이어가고 있는가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 문화의 중심이 서고, 원형과 전형성이 제대로 서야 재창조도 가능하고 산업화도 가능할 수 있다. 판소리 명창의 효시 최예운의 생가터, 묘소, 설화 등이 저토록 남아있는데, 기초자료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충청의 큰 문화적 손실이다. 판소리는 조선후기 예술사의 큰 업적이자, 한국음악사의 쾌거라는 점에서 충청은 판소리 원류 지역으로서의 위상을 잘 확보해야 할 것이다.

문화 원형의 확립과 지원을 제대로 해야, 그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로 나갈 수 있다. BTS가 서양의 힙합이나 댄스음악을 따라하지 아니했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BTS는 우리 전통음악과 문화를 제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독창적인 그룹으로 거듭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효과는 천문학적인 것임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러니 새로 정책을 펴는 위정자들은 가장 먼저 각 지역의 문화유산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고유한 전통문화를 찾고 그 위상을 제대로 갖추어야 관광도 되고 산업화도 되고 세계화도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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