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으라차차 전통시장] 예산 상설시장, 3대를 이어온 뚝심... 장터 애환과 역사 한 몸에

예산상설시장(충남 예산군 예산읍 형제고개로 96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2.08.28 17:38
  • 기자명 By. 홍석원 기자
▲ 충남 예산군 예산읍 형제고개로 위치한 상설시장. 겉모습이 60~70년대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곳이다. 특히 충청도 장터는 느긋한 말투와 후한 인심으로 어딜 가도 즐거움과 인정이 넘쳐난다. 대를 이은 만들어지는 맛깔나는 음식과 저렴한 가격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곳, 한번씩 지나가다 들르는 곳, 서민들과 함께 나누고 위로가 되는 곳, 옆집이 잘 되면 덕을 보는 곳이 전통시장이다. 하지만 전통시장이 살기 위해서는 좋은 물건에 착한 가격은 둘째 치고 우선 찾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50여년 내공의 어르신들과 작은 일부터 차곡차곡 장사 경험을 쌓고 있는 청년상인들까지 함께 부대끼며 오늘보다 내일을 꿈꾸는 충남의 전통시장들을 톺아본다. (편집자 주)

예산상설시장 골목 풍경. 장날이 아니어서 인지 다소 한산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한켠에는 다소 이질적이지만 모던한 인테리어의 커피숍도 자리잡고 있다.
▲ 예산상설시장 골목 풍경. 장날이 아니어서 인지 다소 한산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한켠에는 다소 이질적이지만 모던한 인테리어의 커피숍도 자리잡고 있다.

▲5일과 10일 단위 전통시장... 100여 점포 빼곡히 들어차

한껏 기세를 떨치던 폭염이 물러갔다. 밤사이 창문을 열어젖히고 잠든다면 자칫 불청객 감기 걸리기 십상인 요즘이다.

토요일 찾은 예산상설시장은 얼핏봐도 60~70년대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매월 날짜의 끝이 5일과 10일 단위로 열리는 전통시장이다.

100여개의 점포가 자리잡은 예산시장은 일반적인 재래시장의 거래 품목을 토대로 구성된다. 지역 농산물인 곡식, 채소, 과일류와 함께 서해에서 잡히는 생선, 그리고 의류와 같은 공산품이 거래된다.

하천을 뒤로하고 장옥을 중심으로 3면이 식당, 수퍼와, 어물전, 고깃집, 잡화점, 야채가게, 건강원, 신발집, 철물점, 통닭집, 미용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어 보인다.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인 모습의 커피숍도 골목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장날이 아닌데도 휴가철이 지나면서 굳게 닫혔던 점포들도 하나 둘씩 문을 열고 다소 한산했던 시장 골목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예산상설시장은 재래시장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차곡차곡 특화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드문드문 굳게 문이 닫힌 점포가 있어 경제난을 실감케 했지만, 자그마한 점포 안에서 쪼그려 앉아 마늘을 까고 계시던 할머니와 수다에 나섰다.

시장 안에서 채소를 파는 배계월 할머니(85)는 다리가 불편해 하루 종일 점포 안에서 마늘을 까고 야채를 다듬는 등 앉아서 보낸다. 점포 한켠에는 할머니의 다리를 대신할 전동휠체어가 자리잡고 있다.
▲ 시장 안에서 채소를 파는 배계월 할머니(85)는 다리가 불편해 하루 종일 점포 안에서 마늘을 까고 야채를 다듬는 등 앉아서 보낸다. 점포 한켠에는 할머니의 다리를 대신할 전동휠체어가 자리잡고 있다.

▲90나이 바라보고 다리 못써도 매일 나와... “약으로 버티쥬”

따가운 햇살에 집에서 키운 고추며 고구마를 바리바리 싸들고 와 길가에서 호객하는 할머니들과는 달리 사뭇 여유가 있었다.

노각, 콩, 양파, 고구마, 부추, 단호박 등 야채를 파는 배계월 할머니(85)는 기자 신분을 밝히자 대뜸 “한달에 약값만 5만원 이상 든다”면서 “얘기해주면 약값 좀 깎아주게 할 수 있냐”는 웃픈 말씀에 빵 터졌다. 몇 년 전부터 다리를 못 쓰게 돼 걸어만 다녀도 소원이 없으시단다. 옆을 돌아보니 빨간 색의 예쁜 전동휠체어가 다소곳이 자릴 잡고 있다.

배 할머니의 만남에서 오랜 시간 시장에서 닦은 대화의 내공이 느껴졌다. 자칫 값을 깎으려다 “냅둬유, 개나 주지 뭐~”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 같으니 적당히 흥정해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 ‘집안에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마을의 도서관 하나가 없어진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오랜 세월 시장을 터전으로 삶을 지탱해 온 배 할머니는 곧 시장의 역사였다.

▲ 대전-당진간 고속도록에서 수덕사IC를 빠져 20여분 달리면 예산상설시장 곁에 자리잡은 국밥, 국수 특화 백종원거리에 닿을 수 있다.
▲ 대전-당진간 고속도록에서 수덕사IC를 빠져 20여분 달리면 예산상설시장 곁에 자리잡은 국밥, 국수 특화 백종원거리에 닿을 수 있다.

시장 장옥 앞은 예산이 고향인 요구연구가 백종원 씨가 천지사방에 널려있던 국밥과 국수집들을 한데 모아놓은 백종원거리가 낮 2시경인데도 차를 대기 어려울 정도로 주차장이 꽉 들어찼다. 주말과 휴일이면 전국에서 수천명이 찾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최근에는 텔레비전 먹방 프로그램에 소개된바 있다.

3대를 이어 한자리에서 압출식인 중면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가내 국수공장 쌍송국수집... 워낙 신문, 방송에 나오다 보니 이제는 전국에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3대를 이어 한자리에서 압출식인 중면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가내 국수공장 쌍송국수집... 워낙 신문, 방송에 나오다 보니 이제는 전국에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수공장 쌍송국수 쫄깃한 압출면 중면으로 전국적인 명성

시장 구경을 하면서 지천에 널린 먹거리를 외면하는 것은 죄악이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이 국수집과 국밥집이다.

원조 버들국수, 마당국수, 예산국수, 잔치국수, 영천국수, 단풍국수... 이름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국수집이 빙 둘러가며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예산국수가 명성을 떨치는 데에는 쫄깃한 식감의 중면 맛에 있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가내 국수공장인 쌍송국수가 주인공이다. 지금도 치렁치렁한 국숫발을 햇볕에 내다 말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곳은 밀가루를 반죽기로 치대어서 쫄깃해지고, 그 반죽을 몇 번씩 접어서 포개고 다시 접고 하는 과정에서 더 쫄깃함을 얻는 압출면 방식이다. 동네 손님은 거의 사라졌지만, 신문이나 방송에 소개된 걸 보고 멀리서 찾아온다. 그 덕에 하루도 쉬지 않고 생산을 하는데 국수값은 마트보다 다소 비싼 편이다. 근처 국수집들은 이곳을 애용한다.

예산의 대표로 둘째가라면 서운할 국밥. 주말과 휴일이면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가게안은 발 디딜틈이 없고, 수육은 일찌감치 재료가 소진돼 술손님들의 아쉬운 한탄이 들려온다.
▲ 예산의 대표로 둘째가라면 서운할 국밥. 주말과 휴일이면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가게안은 발 디딜틈이 없고, 수육은 일찌감치 재료가 소진돼 술손님들의 아쉬운 한탄이 들려온다.

▲투가리에 숟가락 찔러보면 양이 얼마나 많은지 바닥 안닿아

또 다른 명소가 국밥집이다. 60년 전통 장터국밥을 비롯해 돼지국밥집이 성업중이다. 점심시간을 넘긴 2시 쯤인데도 불구하고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로 가게 앞이 번잡하다.

우스개소리지만 이곳 소머리국밥집에서는 양이 얼마나 많은지 투가리에 숟가락을 찔러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다만 최근 치솟는 물가에 가격은 오르고 양은 줄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조심해야 할 것은 소머리국밥집이 절대 다수이지만 어떤 곳은 소고기국밥이니까 꼭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평소 소머리국밥은 자주 접한터라 이번에는 소고기국밥집을 찾았다. 맨 먼저 ‘손님이 맛없다면 공짜’라는 문구가 적힌 소머리국밥집을 찾았다. 정말 맛 없으면 돈 안내고 가도 되냐고 묻고 싶었지만 워낙 손님들로 꽉 들어차 물을 엄두가 나지 않아 조용히 주어진 국밥만 먹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힐끗 옆을 돌아보니 트로트가수인 임영웅이 사인한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안묻길 잘했다.

맑은 국물에 고기와 숙주나물, 부추, 청양고추가 어우러져 잡내가 없고 깔끔한 맛이마치 갈비탕을 연상케한다. 마침 옆자리에서 수육을 시키니 재료가 소진되어 끝났단다. 헐이다.

이처럼 예산지역 전통시장은 군내 6곳에서 펼쳐지는 5일장과 예산읍 형제고개로의 상설시장으로 예산 사과를 비롯한 신선한 채소의 유통량의 증가로 재래시장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특화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 전국의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시장 앞 도로가에는 집에서 키운 고추며 고구마, 양파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와 손님을 맞는 등이 90도로 굽은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 전국의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시장 앞 도로가에는 집에서 키운 고추며 고구마, 양파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와 손님을 맞는 등이 90도로 굽은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예산일대 관광명소 수두룩... 재래시장 둘러보고 꼭 찾아야 후회안해

맛도 맛이지만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면 예산지역은 관광의 메카이다. 코로나19 시대 대한민국 안심관광지로 꼽힌 예당호 느린호수길과 출렁다리를 비롯해 대흥슬로시티, 수덕사, 추사고택, 내포보부상촌, 황새공원, 덕숭산, 수암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콘텐츠가 지천에 널려있다. 장담컨데 이곳을 그냥 지나치면 반드시 후회한다.

돌아보는 내내 ‘구경 한 번 잘했군요’ 라는 어느 노랫말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글·사진 = 홍석원 기자)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