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화속으로] 해바라기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2.09.12 13:2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이번 추석은 모처럼 명절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귀향길은 휴게소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좋고, 사적모임은 인원제한도 없기에 시댁에 들려 친정 언니네까지 다녀오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더 쓸쓸한 추석 연휴가 되고 말았다. 결혼해서 우리와 첫 명절을 보내게 된 사위와 딸이 근무라고 했다. 거기에 작은아이는 얼마전 긴급 수술을 받았는데 그 후유증으로 병가를 받아 휴식을 취하고 있어 함께 하지 못했다.

남편이 무녀독남이라 단출한 가족인데 아이들까지 오지 않으니 그 빈자리가 너무 컸다. 차례를 지내고 마당에 나가니 옆집에서 들리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듣기 좋다. 가을하늘이 아름답다. 솜털 같은 구름을 쳐다보다가 나무 꼭대기에 피어 있는 해바라기 꽃을 발견했다. 넓은 잎이 달려있어 호두나무인 줄 알고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꽃을 보고 나서야 그 나무가 해바라기라는 것을 알았다. 줄기는 한손으로 감싸지지 않을 정도로 튼실했고 키도 2m가 훨씬 넘었다. 어머님도 혼자서는 감당이 안돼 뽑아버릴 수도 베어내지도 못했다고 하니 요즘 보기 드문 키 큰 해바라기 씨를 심으셨나보다.

어릴적 친정 집에 샘을 한바퀴 돌아 사립문까지 길게 심어져 있던 해바라기가 생각이 난다. 가끔 추억의 사진을 보는데 큰언니와 작은언니가 중학생 때 찍은 사진이다. 두 언니가 해바라기 나무에 기대어 있다. 내 기억으로도 해바라기는 내가 잡고 빙빙 돌며 놀았고 놀다가 해바라기 나무 옆으로 쓰러져도 나를 받쳐주던 나무였다. 이제야 내기억의 퍼즐이 맞춰진 기분이다. 요즈음 많이 볼 수 있는 해바라기는 키가 작은 해바라기가 많고 거기에 꽃다발에 쓰이는 선 타스틱 엘로우라는 가장 작은 해바라기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니 크고 튼실한 해바라기는 내기억의 오류였나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 기억 때문인지 해바라기 꽃이 좋았다. 행운을 상징한다고 해서 해바라기 그림이 인기가 있고 해바라기 조화도 현관에 두는 집이 많다. 그 화려함과 꽃말까지 어디서든 각광 받는 꽃이 해바라기이다.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소피아로렌 주연의 ‘해바라기’라는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추억의 영화를 보여주는 채널인데 이 영화를 방송 하는 것은 처음이라 채널을 고정시켰다. 다시 보아도 가슴 뭉클했다. 이 영화의 무대가 되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6개월이 넘도록 전쟁을 치루고 있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이영화의 주제가 제2차 세계대전이 터져 전쟁터로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이탈리아에서 러시아로 남편을 찾아 떠난 내용이기에 더 감정몰입이 되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은 20대 초반이다. 영화의 내용도 좋았지만 해바라기 꽃이 스크린 가득 펼쳐졌던 그 풍경을 오랫동안 잊을 수 없었다. 그 강렬한 인상 때문에 해외 여행을 가고 싶다는 꿈도 꾸게 되었다. 또한 내가 이데올로기에 얼마나 세뇌 당한 사람이었나 알에 되었던 영화였다. 1970년에 만들어졌던 영화인데 소피아로렌이 전쟁에 나간 남편을 찾아 러시아 기차역에 도착한다. 거기에서 지금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 있다. 공산주의 국가는 우리보다 훨씬 가난하게 살고 있다고 믿었기에 당연히 이탈리아에서 찍었겠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촬영장소가 러시아였다는 것에 놀랐다. 더구나 그 영화를 찍을 당시가 70년이고 우리나라는 영화수입이 금지 되었다가 80년대에 수입이 되었다. 70년에 러시아역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다는 것이 그 당시 내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기에 어리석음 대신 세뇌라는 말을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환희이며 무엇을 사랑한다는 것은 열정이다. 무엇이 되었던, 누가 되었던 더 사랑하고 보듬어 안은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시간은 대책 없이 흘러 벌써 9월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