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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중고제 춤, 태평무

최혜진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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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9.26 14:2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최혜진 목원대 교수
태평무는 우리나라의 평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왕과 왕비가 추는 춤이다. 궁중에서 추는 춤을 정재라 하고 민간에서 추는 춤을 민속춤이라고 하는데, 이 태평무는 민속춤으로 분류된다. 태평무는 일제강점기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소망하며 예인 한성준(韓成俊, 1874~1941)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춤이라 할 수 있으며 국가무형문화재로 전승되고 있는 소중한 춤이다.

한성준의 본명은 한문필(韓文必)이다. 그는 충남 홍성 출신으로 가문에서 예능을 배우며 자랐다. 후에 서울에서 음악활동은 물론 전통 춤을 집대성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던 최고 엔터테이너였다. 그는 일제강점기 우리 전통문화를 대중화시키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그는 어린 시절에 외조부인 백운채에게 춤과 북을 배웠고, 세습무계였던 집안 환경으로 다양한 공연 환경을 익히며 자라왔다. 특히 한성준은 근대 5명창이었던 김창환, 이동백, 김창룡, 송만갑, 정정렬 등의 판소리에 전속 고수 역할을 하면서 공연은 물론 음반 시장을 이끌었던 선구자였다. 이들처럼 충청 출신 판소리 가문에서 파생된 산조, 병창, 창극, 춤 등을 지금 우리는 ‘중고제’ 예술이라 부른다.

‘태평무’는 예전 경기도 굿에서 추던 ‘왕꺼리’라고 하는 춤을 한성준이 근대춤으로 다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왕꺼리’는 왕을 위해 춘 춤이지만 한성준은 이를 거꾸로 왕과 왕비가 백성들을 위해 추는 춤으로 바꾸었다. 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백성들을 위한 것으로 파격적인 대상의 교체를 이루었던 것이다. 그것은 근대적인 사회 변화와 맞물려 이제는 국민 중심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한성준의 의식이 들어간 것이어서 무척 중요하다. 과거 제사장의 역할을 했던 왕의 역할과 가장 큰 소원인 태평성대를 위한 마음이 바로 이 춤의 의미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 춤은 이후 한영숙과 강선영에 의해 계승되었는데, 이 중 한영숙류 태평무는 경기 충청지역의 명인들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그 미학이 절제되며 담백하다.

벽사 한영숙(1920-1989)은 한성준의 손녀로 천안에서 태어나 13살부터 할아버지에게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후에 근현대 여성명창 박귀희, 박초월 등과 함께 활동하며 무용을 가르치고 전파하였다. 한영숙은 한성준의 춤을 전승하는 동시에 세종대학 무용과 교수로 재직하며 제자들을 길러내었다. 한영숙 선생이 아니었다면 한성준의 춤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성준의 춤이 여러 계파로 갈라지며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나, 한영숙류의 춤은 여전히 그 정통성과 원형성을 잘 간직하며 전승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영숙 선생의 뒤를 이어 현재는 태평무의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 박재희 선생이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태평무는 왕비의 춤을 중심으로 역동적이고도 흥겨운 장단이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장단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반면 기품이 있고 절제된 안무는 우리 춤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이 춤의 백미는 장단의 변화와 함께 겹걸음, 잔걸음, 무릎 들어 걷기, 뒤꿈치 찍어 들기 등 디딤새의 기교가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현란하다는 것이다. 왕비의 걸음마다 보일 듯 말 듯 자진 발걸음과 버선코가 매력적으로 돋보인다. 일찍이 한성준은 “조선춤은 앞으로 개량하면 세계 어느나라 춤에도 비할 게 아닙니다”라고 강조하였다고 한다. 이미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세계를 향한 콘텐츠화 중요성을 설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태민안과 태평성대를 염원하며, 민중의 음악을 바탕으로 왕비가 화답하는 춤이 바로 태평무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평무의 전통은 한성준-한영숙-박재희-홍지영 등으로 이어지는 중고제 춤의 큰 줄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2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열린 ‘한국무용의 밤’은 바로 이러한 중고제 춤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중고제 춤이 더욱 알려지고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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