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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원의 교육夢] 축제의 달, 바르고 고운 우리말 사용에 힘쓰자

권기원 대전서부교육청 교육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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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0.11 14:1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권기원 대전서부교육청 교육지원국장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세종대왕이 권제, 안지, 정인지 등의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창제하여 반포한 한글을 기념하는 한글날이 들어 있는 10월은 각종 문화행사와 축제가 즐비하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각종 문화행사를 명분으로 지자체마다 특색있는 축제문화를 개최하고 있는데, 특히 코로나19로 3년여간 열리지 못하던 축제가 다시 열리며서 각종 민간단체와 지역 경제인들도 이참에 상거래를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런 기회를 맞이하여 각종 체험과 공연 무대에서 자신의 꿈과 끼를 뽐낼 수 있어서 기대에 부풀어 있는 지역주민과 청소년들도 많은 것 같다.

연간 축제의 절반 정도가 10월에 개최되어 10월은 가히 축제의 달이라 하겠다. 우리 대전만 해도 효문화뿌리축제, 우암여행, 사이언스페스티벌, 아줌마대축제, 0시뮤직페스티벌 등이 10월에 개최되고, 이웃 도시인 공주의 백제문화제, 금산의 인삼축제, 영동의 난계국악축제, 계룡의 군문화엑스포 등 10월내내 이런 저런 축제만 참여해도 즐거움은 물론 가족간 화합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몇몇 축제 제목은 외래어가 남발되어 무슨 성격의 행사인지? 어떤 문화와 관련된 축제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우리말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울러, 얼마전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된 ‘심심한 사과’에 대해, ‘왜 사과를 심심하게 하냐’고 비판한 - ‘매우 깊고 간절하다’의 의미인 심심(甚深)한을 ‘지루하고 재미없다’로 해석하여 생긴 - MZ세대의 문해력 부족 문제 보도를 접하며 우리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자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함도 느끼게 된다.

‘금일(오늘)을 금요일, 사흘(3일)을 4일, 수리하다(서류를 처리하다)를 고치다, 고지식하다(융통성이 없다)를 지식이 높다.’로 해석하여 벌어진 또다른 문해력 논란들은 젊은 세대들의 문해력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넘어 급기야 국민의 실질 문맹률까지 들먹이는 보도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기성세대로서 한자어에 취약한 MZ세대의 문해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 기성세대들 역시 MZ세대의 신조어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이다. 기성세대가 어려운 한자어를 많이 사용한다면 젊은 세대는 줄임말을 많이 쓰고 있다. 가령 ‘분좋카(분위기 좋은 카페), 당모치(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 주불(주소 불러),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등 MZ세대 사이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이런 줄임말들의 의미를 온전히 알고 사용하는 기성세대가 얼마나 될까?

이 밖에도 ‘ㅈㅅ(죄송), 어쩔티비(어쩌라구), 킹받다(열받다), 삼귀다(사귀기 전단계, 4귀다→3귀다)’ 등과 같이 기성세대가 잘 알지 못하는 가지각색의 신조어들을 MZ세대는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이러한 신조어 사용에 대해 문화변화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SNS를 통해 빠르게 소통해야 하는 특성상 이러한 줄임말과 신조어의 사용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과도한 우리말 파괴와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이다.

지난 10월 9일은 576번째 맞는 한글날이었다.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 등 한글의 우수성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며 유네스코에서도 한글의 가치를 인정하여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였다.

그런데 사회 전반에 우리말 파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신조어뿐만 아니라 외래어나 외국어가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되는가 하면 어법이 틀린 말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문화변화로 이해하고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세상이고, 언어는 시대에 따라 언중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하여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우리말의 순수성이 너무나 과도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의 소설가 알퐁스 도테가 쓴 ‘마지막 수업’이라는 소설에서, 전쟁에 패한 프랑스 알자스 로렌 지방에 프랑스어 사용이 금지가 되는데,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마지막 수업에서 아멜 선생님은 “한 민족이 노예의 처지에 빠지더라도 모국어를 잊지 않으면 감옥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라고 말한다. 그 의미가 지금 우리에게 깊게 다가옴은 왜일까?

일제강점기에 우리는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일제의 잔혹한 우리말 말살 정책에도 불구하고 결코 우리말을 잊지 않고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건 결과 우리말과 우리나라를 되찾았다. 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되찾은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사용하고, 후세에 아름답게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책임과 의무이리라.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바르고 고운 우리말 사용을 통해 전 세대가 어우러지고 공감과 소통으로 화합하며 더욱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본다. 이 가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된 시 한 수 지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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