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80년대 복싱 열풍은 대단했다.
4전 5기 홍수환부터, 돌주먹 박종팔, 충북 옥천 출신 염동균, 각각 세계챔피언 17차, 15차 방어에 성공한 유명우와 짱구 장정구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즐비했다.
이들의 파이팅 덕분에 서민들은 행복했다.
복서는 인파이터와 아웃복서로 나뉜다. 인파이터는 펀치를 허용하면서도 쉴새없이 상대방을 파고 들며 주먹을 날리는 반면 아웃복서는 사각링 코너를 돌면서 카운터 펀치로 일격을 노린다.
이장우 대전시장을 복서로 비유하면 전형적인 인파이터다.
국회의원 시절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저돌성이다.
지난달 이 시장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정책이 결정되면 앞 뒤 안보고 밀어붙이는 게 이 시장 스타일이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와 웃음을 자아냈다.
“아무리 밀어붙인다 해도 앞, 뒤는 봐가면서 한다”고.
그런 그가 이번에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겠다”고 선언하면서 인파이터에서 이슈파이터로 변신했다
대전발 ‘실내 마스크 미착용 추진’이 전국 이슈로 부상하면서다.
중앙 방역당국은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전국 단일 방역망으로 일사불란한 대처를 해오던 터라 이 시장의 ‘폭탄 선언’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만의 하나, 마스크 미착용으로 확진자가 폭증할 시 이를 지역의료계가 수용하지 못한다면 타지역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 지역은 무슨 잘못으로 그런 덤터기를 쓰냐”면서 못내 못마땅한 표정이다.
일파만파 확산일로로 접어들자 이 시장은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입장을 나타냈다.
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마스크 착용은 시민들이 알아서 하는 자율방역이 옳다는 게 내 생각”이라면서도 “중앙 방역당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정치인으로서 인파이터였던 그였지만 행정가로서는 부담이 되는 것으로 읽힌다.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할 대전시장, 즉 행정가는 분명 정치인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 시장 발 실내 마스크 미착용이 어떻게 결론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
정치인과 행정가의 경계선에 서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 시장이 앞으로 전국적인 이슈를 선점해나가면서 어떻게 ‘전국구’로 발돋움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