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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꼴값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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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2.21 14: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수필가
‘꼴값하네’- ‘얼굴값’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격에 맞지 아니하는 아니꼬운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말을 잘 곱씹어 보면 ‘나는 행동을 바르게 했나?’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꼴값하네’는 자만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삼국지에 보면 적벽대전을 앞두고 장강에서 조조(曹操) 군과 손권(孫權). 유비(劉備)군이 대치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조는 군대가 구축한 진지를 순시하다 큰 배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며 강남을 평정해 부귀영화를 같이 누리자고 하며 수하 장병들과 향연을 베푼다. 밤이 깊어 술에 취한 조조가 멀리 남쪽(동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친다. “주유, 노숙아, 하늘의 뜻을 아는가? 이제 네 심복 부하들이 내게 투항하니, 바로 하늘이 나를 도우심이다” 이때 곁에 있던 순유가 “승상, 말을 삼가 조심해야 합니다. 누가 들을까 모릅니다”라고 하자 조조가 크게 웃으며 말한다. “이 자리에는 그대들과 나의 심복들 뿐인데 무얼 염려하는가?” 그리고는 유비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유비, 제갈량아, 너희들은 감히 땅강아지나 개미 같은 힘으로 태산을 흔들려 하다니 왜 이리 어리석으냐?” 그러면서 한껏 뽐을 내며 들떠 있었다. 결국 조조는 공명, 주유의 화공(火攻)에 걸려 대패하고 겨우 도망쳤다. 조조는 자만하다 배와 수하 장병을 잃는 수치를 당했다.

역사에는 자만하는, 꼴값도 못하는 정치꾼들이 자주 등장한다. 옛 이스라엘의 사울 왕은 다윗을 죽이려고 꼴값도 못하다가 창피를 당한다. 조선의 선조는 정책의 판단의 실수로 책임을 저버리고 의주까지 피난을 가는 수치를 당했다. 독재자의 대표격이 된 nazi의 Adolf Hitler, fscist인 Mussolini Benito도 그렇고, Libya의 Khamis Gaddafi, Iraq의 Ṣaddām Ḥusayn 등 모두 꼴값도 못한 정치인 들이고, 그들은 모두 비참한 인생의 종말을 맞는 공통점이 있다.

꼴값은 결국 자신의 분수에 맞는, 자신의 직책에 맞는 행동을 하라는 말이다. 2014년 12월 28일 노르만 아틀랜틱호는 승객 422명, 승무원 56명과 함께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항해 하던 중 오전 4시 30분경 화물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노르만 애틀랜틱호의 아르길리오 지아코마치 선장은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렸다. 꼴값을 했다. 그런데 우리 기억에 여전히 남아있는 세월호 구출의 한 장면 –속옷 차림의 ‘이00 세월호 선장 탈출 모습’-은 꼴값을 하지 못한 부끄러운 모습이다. 죽으라는 말이 아니라 꼴값을 하는 최선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도 하고 깊이 생각하지 못한 잘못을 저질러 꼴값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게 마련이다. 논어(論語)학이편(學而編)에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라는 말이 나온다. 吾日三省吾身 - 하루에 세 번 자신을 살펴보고 반성한다는 말이다. 성현들도 이렇게 반성한다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속인(俗人)은 24시간 내내 반성해도 모자랄 것 같다. 다만 반성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꼴값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스라엘의 2대왕 다윗은 우연찮게 수하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다. 그러나 그 시실을 지적하는 나단 선지자의 질책을 듣고 철저하게 반성한다. 구약성경 시편 6편 6절에는 “내가 탄식함으로 피곤하여 밤마다 눈물로 내 침상을 띄우며 내 요를 적시나이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잘못을 인정하며 철저하게 회개하는 그 모습이 있었기에 다윗은 위대한 왕으로 추앙을 받는 것이다.

임인(壬寅)년 흑호랑이 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떠들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연말이 다가온다. 지난 1년 과연 나는 꼴값을 했나 되돌아 본다. 특히 지도자 급에 있는 분들도 그렇게 한번 자신의 ‘꼴값 손익계산’을 해보는 12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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