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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면

고지은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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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2.07 16:55
  • 기자명 By. 고지은 기자
▲ 고지은 취재1부 기자
▲ 고지은 취재1부 기자

# 아버지와 아들이 야구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런데 아버지가 운전하던 차의 시동이 기차선로에서 갑작스레 꺼졌다. 아버지는 시동을 걸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기차는 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아들은 크게 다쳐 응급실로 옮겨졌다. 수술을 위해 황급히 달려온 외과 의사가 차트를 보더니 "난 이 환자를 수술할 수 없어. 얘는 내 아들이야!"라며 절규했다. (출처: 최인철,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프레임)

나는 이 글을 읽고 '아버지는 죽었는데?', '아버지가 양아버지인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과 의사는 어머니였다. 부끄럽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오랫동안 내재된 나의 젠더 프레임이 작동했던 것이다.

프레임은 '생각의 틀'이다. 즉, 고정관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구제'는 긍정적 인식을 주는 단어이다. 그러나 '세금 구제'는 정책 중 하나일 뿐인 세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프레임 씌우기는 정치권에서 상대 진영을 매도하기 위해 쓰인다. 더불어 언론도 정치 프레임의 일면을 차지한다. '아무거나 걸려라'라는 식의 가짜 뉴스를 퍼뜨리거나 미리 정해 놓은 프레임에 맞춰 의도적으로 인터뷰 및 발언을 짜깁기해 사실을 왜곡한다. 본질을 흐리거나 일시적으로 감추기 위한 것으로 선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프레임은 우리 사회에도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세대·성별 프레임은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식의 배타적인 태도로 상대를 배척한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여성과 남성의 갈등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유튜브 등 각종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신조어와 일부 언론의 선동은 이들 간의 차별과 혐오를 더욱 부추긴다. 사람들은 반대 대상에 프레임을 씌우고 다투느라 정작 본질적인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일자리, 직장. 부동산 등 사회문제는 오로지 이들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잘못된 프레임은 모든 사회문제가 이들 간 갈등으로 인한 결과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은 살아온 환경의 차이로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타인의 프레임을 틀린 것으로 간주해 비난하거나 절대적인 진실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다양한 프레임을 이해·존중하면서도 본질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한 본인만의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누군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히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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