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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app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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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2.08 13:0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수필가
이동전화를 사용한 지 벌써 30여 년이 넘었다. 1990년도쯤 외지로 강의를 자주 나가게 되어 아내와 연락을 하기 위해 analogue식 이동전화를 구입하여 사용했었다. 그때는 이동전화로 통화하면 상당히 지위가 높은 사람인 듯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던 이동전화가 이제는 생활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손안의 personal computer가 됐다. 그래서인지 handphone이란 이름에서 smartphone으로 이름이 바뀌고 성능도 향상됐다. 이젠 손가락 끝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 됐다.

통화기능은 오히려 화석시대의 유물이 됐다. 사진, 문서자료, 주문, 문자 보내기에, 집단 회의, 각종 관람과 항공 및 열차 탑승권 예매, 은행 관련 업무, 우편 업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일들이 손가락 끝에서 처리된다. post corona 시대에 들어서면서 학생들은 집에서 smartphone을 보며 수업을 했다. 유선전화기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그 설 자리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이런 smartphone은 하루가 다르게 그 용도가 더 개발되고 편리해지며 기능이 향상되어 가고 있다.

이제는 음식을 주문하는 일은 초등학교 학생들도 쉽게 하며, 여행할 때 역(驛)에 갈 필요 없이 승차권을 예매하는 일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하게 됐다. 친구들과의 회식도 유선전화로 예약하던 모습보다는 간단히 손가락 끝으로 해결한다. 정말 어렸을 때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내 앞에, 내가 현실에서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그런데 신기하다기보다는 짜증스럽기만 하다. 용어와 키보드 조작에 서툰 필자는 어떤 곳에 접속을 할 경우, 입력의 오류, 회원가입 방법 중 본인확인 문제, application(app)의 설치, 여섯 자리 승인번호 등 넘어야 할 일이 첩첩산중이다. 모든 과정이 젊은이들 위주이고, 외래어가 많으니 노인들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한, QR코드라는 것도 사진만 찍으면 되는 줄 알았었다.

지난여름 정부청사의 모 식당에서 난감한 일을 겪었었다. 음식점에 들어서니 먼저 ‘키오스크’에서 계산하란다. 필자는 동네식당만 이용해서 키오스크를 몰랐다. 몇 번의 질문이 오간 후에야 키오스크를 찾았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겨우 음식을 주문하여 먹을 수 있었다. 필자의 무지함이었지만, 이런 스마트 기기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 쉽게 알 수 있는 사용법을 안내해 주는 배려도 있었으면 좋겠다.

100세 시대라고 한다. 100세 시대라니 노인들을 위한 간편하고 쉬운 application을 개발해 주었으면 좋겠다. 용어도 쉬운 말로. 초등학생 서넛이 버스를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한다. “야! 너 00앱 깔었니?”, “응, 그런데 내건(핸드폰) 구형이라 잘 안돼”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앱을 깔었냐, 구형이라 잘 안된다. 한국말이긴 하지만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에 “무엇을 까니?” “ 그리고 왜 까니?”하고 물으니 컴퓨터 게임을 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니 우리 같은 노인들은 치매 예방용 게임도 깔지 못해 못 할 것 같은 서운함이 앞선다.

65~74세 노인들을 위한 안전 운전 교육이 있다고 하여 신청을 하기로 했다. 검색창에 도로교통공단과 교통안전 공단 등 관련 이름을 입력해 보면서 30여 분 실랑이 끝에 겨우 접속했다. 관련 메뉴를 찾아 또 한참 헤매고. 예약 신청을 하려니 이번엔 회원가입을 하란다. 또 본인확인 숫자를 넣어야 하고. 그렇게 하고 날짜 예약을 하는데 아무리 날짜를 클릭해도 안 된다. 결국, 공단에 전화하여 해결했다. 고령자 교통안전 교육이니 고령자들이 쉽게 접속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전자 상거래도 그렇다. 회원가입이 안된 곳에서 비회원으로 물건을 사려면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다가 결국엔 자식들에게 해달라고 전화를 한다.

이 좋은 세상, 보험광고에서, 약과 건강식품 광고에서만 이야기하는 100세 시대가 아니라 좋은 문명을 노인들도 손쉽게 활용하는 시대가 되도록 쉽고 간편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살기 좋은 시대에 작은 화면에서 헤매지 않게 노인들을 위한 digital 복지(福祉)도 필요하다고 주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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