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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원의 교육夢] 학폭예방법! 이 기회에 제대로 바로 잡자

권기원 대전서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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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3.14 12: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권기원 대전서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교무실) 김선생님! ‘어제 오후 늦게 선생님 반 학생들이 ○○중학교 학생들하고 하천 뚝방에서 패싸움을 했다.“고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어요. …

(파출소) 이소장님! 박형사님! 우리 학생들 때문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박형사님! 다시는 싸우지 않도록 제가 책임질 테니, 훈방 조치해 주세요. … 우리 학교 학생 데리고 갑니다. 수고하십시오.

학폭예방법이 제정되기 전인 2000년 이전까지 가끔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당시에는 교외에서의 학생 다툼을 포함한 모든 폭력에 대해서 경찰이 접수부터, 조사 처리에 이르기까지 전부 담당하였다.

학생들의 폭력이 갈수록 흉포화, 저연령화, 다양화하는 등 사회적 현안이 되자,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폭예방법(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2004년 1월 제정하였고 현재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개정되었다.

학폭예방법 제정 과정을 회상해 보면, 처음 논의단계에서는 학교 내에서 발생한 학생간 폭력으로 한정하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교내외 폭력을 학교폭력에 포함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로 인해 학생이 관여된 모든 종류의 폭력, 여행 중에 타지인에게 당한 폭력도 사회폭력이 아닌 학폭이 되었다.

최근 언론에서 ‘학폭, 대학입시에 반영하자.’ ‘씁쓸한 학폭의 상업화’ 등 연일 관련 이슈가 보도되는 차에, 3월 말까지 학폭 대책을 바로 세우겠다는 교육부 발표가 있었다. 학폭, 진정한 예방 및 근절 대책은 없는가? 학폭예방법이 제대로 바로 잡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 동안 학폭 처리 과정에서 느낀 점을 중심으로 대안을 그려본다.

첫째, 교원 대다수가 이야기하는 어려움이 교외폭력을 학폭으로 포함해 가정폭력, 사회폭력까지도 학교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교내폭력만 학폭으로 하여 선생님이 본연의 직무인 가르침에 집중하도록,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회폭력 등 교외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경찰청에서 담당하는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꿈꿔본다.

둘째, 학폭은 시효가 없어서 사실 확인이 어려운 수십년 전의 사안을 신고해도 학교에서 접수, 조사해야 한다. 중대범죄도 공소시효가 있는데…. 차제에 시효를 정하는 것이 좋겠다. 더불어,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고등학교 3학년에서 발생한 학폭의 경우 해당 학교 졸업(상급학교 학생이나 사회인이 된) 후에도 해당 학교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다. 학생이 졸업 후에는 진학한 학교에서, 사회인이 된 경우에는 경찰청에서 담당하는 날을 그려본다.

셋째, 초등학생도 학폭법의 대상으로 규정한 탓에, 장난이나 사소한 다툼도 학폭으로 처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화해와 교육적 지도를 해보려는 담임선생님이 도리어 축소·은폐자 취급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발달 단계상 만지고 깨무는 유치원생 사이의 일도 학폭으로 다루자는 주장도 있다고 하니 유치원선생님들의 어려움도 눈에 선하다. 차제에 초등학생은 학폭에서 제외하자. 전학년이 어렵다면 4학년생 이하라도 제외하면 어떨까?

넷째, 학교에서 하던 학폭 심의를 교육청에서 하게 되면서 심의를 위해 가까운 학교가 아닌 원거리에 있는 교육청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도 생기고, 이전에는 화해와 선도 중심으로 교내에서 자체 종결되던 문제까지도 모두 심의위에 넘기는 교육적 해결보다 법적 해결을 조장하는 역기능도 생겨났다. 교육청 심의위에서 처리하면서 학교 자치위에서의 처리보다는 공신력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으나, 교육기관에서의 심의라서 결과에 불복하여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여전하다. 현재 교육지원청에 설치한 심의 조직은 학폭예방 교육센터로 전환해 사전 예방과 선도 및 치유 교육을 전담하고, 가정법원처럼 학폭 법원을 만들어 아예 처음부터 전담 법원에서 처리하기를 꿈꿔본다.

다섯째, 피해 학생의 보호를 위해 학폭 신고가 접수되면 가해자를 즉시 분리하는 긴급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에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학폭 예방과 생활지도에 임하는 선생님을 학생이 반발심에 신고하기도 하고, 관계가 틀어진 친구를 가해자로 신고하는가 하면, 가해자가 역으로 피해자인양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볼 때도 가해자로 단정해 즉시분리 조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행정소송의 결과 가해자가 아닌 것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가해자로 신고되어 즉시분리 조치를 받았던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낭패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증거가 확실한 상황에서만 즉시분리 조치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면 어떨까?

여섯째, 학폭 발생 시 초기부터 피해 학생의 보호와 치유에 최선을 다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동시에 진정한 반성을 토대로 가해 학생을 선도하기 위해 교원은 물론 전 국민이 힘을 결집해야 한다.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을 생각해서 학폭 사실을 장기간 학생부에 기재하여 청소년의 앞길을 막는 것은 심사숙고해 볼 일이다. 교무수첩에만 기록해 두고 최선을 다해 재발 방지 등 인격적 지도에 힘쓰고, 학년말에는 지워버린 선배 교원들의 가르침을 되새겨볼 일이다. 일부 가해자 부모의 빗나간 자식 사랑이야 미워함이 마땅하지만 …. 학폭의 예방과 근절은 사후 처리보다는 인성교육, 감수성교육 등 예방교육과 회복적 생활지도를 강화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생활지도에 전 교직원이 역량을 집중하는 신학년도, 그리하여 학폭이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는 2023학년도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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