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되고 나서 우연히 TV에서 이 영화를 본 필자는 "우리도 저런 게 있으면 참 일하기 좋겠다"라며 여러 미제 사건을 떠올린 기억이 있다. 물론 범죄예측시스템의 예고만으로 아직 범죄 의도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은 범인을 검거한다는 것은 인권을 중시하는 현재 형사사법체계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프리크라임을 탐냈던 그 마음만큼은 범죄로부터 주민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관의 숙명과 맞닿아있었다. '범죄를 발생 전에 처단하여 완벽한 치안사회를 구현한다'라는 것은 경찰관뿐 아니라 누구라도 한 번쯤은 꿈꿔봤을 만한 생각일 터이다.
2023년 오늘날의 경찰은 프리크라임에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당연하게도 앞으로 발생할 범죄를 정확히 예견하는 것은 아직 신(神)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그 경지에 더 가까워지려 노력해왔고, 2021년도에는 범죄위험도 예측분석시스템인 '프리카스(Pre-CAS)'를 도입하는 결실을 거뒀다. AI가 5대범죄, 112신고, 인구 등 22종의 치안데이터를 분석해 범죄 위험지역을 보여주는데, 이를 토대로 순찰노선을 선정하는 등 경찰활동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범죄예측시스템은 따로 있다. 굳이 예산을 들여 개발할 필요조차 없다. 바로 지역주민이다. 주민들은 매일 생활 근거지를 오가면서 우리 동네 어디가 위험한지, 밤늦게 다니고 싶지 않은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범죄와 위험은 여지없이 그곳에서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들은 잘 알지만 2∼3년마다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경찰관들은 모르는 위험지역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덕경찰서는 '톡(Talk)쏘다'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주민들로부터 생활 주변 불안요소를 제보받고 있다. 경찰서 홈페이지, QR코드, 전화 등을 통해 24시간 언제나 접수 가능하다. 주민들이 치안과 관련된 의견을 제보해주면 경찰관이 주야간 직접 현장에 진출하여 범죄위험도 등을 점검한다. 필요하면 지자체와 협조하여 CCTV·가로등 설치 등 범죄환경 개선도 추진하게 된다. 주민의 소중한 제보가 그 지역을 훨씬 더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주민이 바로 우리 동네 최고의 범죄예측시스템이다. 치안에 대한 작은 관심과 성의만 있으면 우리 가족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 대덕경찰서도 '톡(Talk)쏘다'에 참여하는 제보자의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히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