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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기준(基準)이 정해진 세상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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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7.06 16:3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기준(基準)의 국어사전 정의를 보면 “기본이 되는 표준”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통용되는 평균적인 수준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사회나 이런 기준은 당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시대적 변화에 따라 높고 낮은 정도는 달라지는 나름의 융통성은 있었다.

이런 기준은 당연히 변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적 약속과 규칙에 따라 변화의 폭도 달라질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기준을 정함에 있어 높고 낮음의 차이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학력 수준의 높고 낮음.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 등 다양한 사회적 잣대에 따라 달라지며 이를 경험하는 세대에 따라 달라지는 등 사회구성원이 느끼는 기준의 차이는 저마다 다름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기준의 차이에 있어 틈새를 좁히는 사회적 노력의 유무는 그 시대의 사회적 안정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

지금의 50~60대가 신입사원으로 면접을 보던 그 당시 면접관의 질문은 가족관계를 묻고 학점이 얼마나 높은지가 중심이었다. 면접 대상자 또한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하며 조직을 위해 나 개인의 희생은 당연하다는 식이 대답이 기준이 되는 시대였다. 그러나 오늘날 신입사원의 면접은 주체가 신입사원으로 나를 위해 조직이 얼마나 급여를 줄 수 있는지, 복지의 규모와 횟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이 핵심인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기준의 변화는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마냥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이유인, 즉, 한번 정한 기준은 쉽사리 변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약속을 깨트리는 일은 과거에도 어려웠고 현재에도 어려운 일이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중소기업에 S대 졸업생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적이 있다. 그 S대 졸업생은 그 중소기업에 입사한 최고의 학력 소유자였다고 한다. 60여 명 근무하는 작은 중소기업에 S대 졸업생의 출현은 직원들 사이에서 단연코 중심 이야깃거리였다고 한다. 직원들은 신기해하며 S대 졸업생이 왜 우리 회사에 입사했지? 정말 취업이 사회문제로 등장한 거야? 라는 의문을 달며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그 S대 신입사원을 동료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대했다고 한다. 더욱이 이유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2주 정도 후 퇴사를 한 이 S대 신입사원을 보고 그러면 그렇지! 라며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S대 신입사원과 퇴사 전 상담을 한 이 회사 대표님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S대 신입사원은 성실하게 또 열심히 다니고 싶었는데 주위의 시선이 힘들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입사 이후 줄곧 금방 그만 두겠지라는 반응, 잠시 있다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할 거야 등 사회초년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냉소적인 반응이 많았으며 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만두고 싶지 않았지만, 그만 둘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자신들의 기준을 정하고 그 이상의 기준은 부담스러워하고 또 그 이하의 기준은 무시와 멸시를 보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어 씁쓸했다는 중소기업 대표님의 소주 한잔의 안줏거리 뒷이야기는 내게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기준은 과연 누가 정하는 것인가? 전국 3대 빵집, 전국 5대 짬뽕집 등 유튜브 영상에서 제시하는 그 기준은 대체 누가 정한 것인가? 우리 스스로 이런 기준을 정하고 그 틀 안에서 안주하려는 심리적 회피의 결과물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동차는 교통수단이다. 이를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고급 자가용을 타던 부자가 사업 실패로 인해 소형 자동차를 타면서 사업 실패의 현실을 체감했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성공의 기준은 고급 승용차라는 이야기이며 소형 자동차는 성공하지 못한 실패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성공해 부를 이룬 사람은 소형차를 타면 안 되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남의 시선이 중요하며 나란 존재는 처음부터 없는 사회, 그런 기준으로 얽매여 있는 그런 사회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고무줄 같은 기준이 존재하는 사회. 언제나 노력, 성실, 열정 등으로 늘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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