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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여군의회, ‘민주적인 방식’으로 포장한 ‘정치의 비정함’

노경래 편집국 부여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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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9.06 15:39
  • 기자명 By. 노경래 기자
▲ 노경래 편집국 부여담당 부국장
▲ 노경래 편집국 부여담당 부국장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최근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9월 4일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맞아 연가 등을 사용해 대규모 추모식을 열겠다고 했을 때 정부는 집단행동에 엄중대응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추모제 이후에는 “징계는 없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정부는 망자(亡者)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지켜준 셈이다.

그러면, 부여군의회를 한번 들여다보자. 더불어민주당 박상우 전 부의장이 부인의 ‘금 투자 사기’ 혐의로 논란을 빚은 끝에 부의장직을 사퇴하고 지난달 18일 의원직 사퇴를 표명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달 2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의 부인이 투자자들로부터 고발 당한지 8일 만의 일이다.

보수단체에서는 박 의원을 비난하는 현수막으로 부여군 일대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동료를 잃은 민주당은 슬픔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뒤통수를 맞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 전 부의장의 죽음 앞에선 머리를 숙이는 듯하더니 그의 체온이 다 식기도 전에 원래 그의 자리를 뺏어버리듯 나꿔챘다.

다수당을 차지한 국민의힘은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공석이 된 부의장 선거를 했고, 자당의 박순화 의원을 차기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박 전 부의장이 세상을 떠난지 고작 2주만이다.

정치의 비정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물론 국민의힘 측에서는 ‘절차상 문제가 없는 민주적인 방식’이었다거나, ‘군의회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이유를 댈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겨우 14일이 지났을 뿐이다.

11명의 군의원 중 국민의힘이 6석, 민주당이 5석을 얻으며 출발한 제9대 부여군의회는 전반기 의장에 국민의힘 출신 장성용 의원, 부의장에 더불어민주당 출신 박상우 의원을 선출하며 협치의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부의장 궐위로 공석이 된 자리에 국민의힘이 의석수로 밀어붙여 부의장 자리까지 장악하며 협치는 깨졌다.

협력은 온데간데없이 힘자랑만 하고 싸우기만 하는 중앙정치를 보면서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건 응원이 아닌 환멸에 가깝다.

지방정치인 부여군의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한다. 너무도 비정한 정치판이다. 49재(齋)도 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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