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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망' 학부모 신상 폭로 계정 등장... 당사자 "민원 넣은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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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9.12 17:22
  • 기자명 By. 고지은 기자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망' 학부모 신상 폭로 계정 등장... 당사자 "민원 넣은 적 없어"

해당 SNS 계정 캡처.
해당 SNS 계정 캡처.

[충청신문=대전] 고지은 기자 = 수년간 악성민원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관련,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의 신상을 폭로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등장했다. 해당 계정은 원인미상으로 한 차례 삭제 조치됐으나 새로운 계정이 다시 생겨난 상태다.

계정 운영자 A씨는 지난 10일 '24년 차 여교사를 자살하게 만든 살인자와 그 자식들의 얼굴과 사돈의 팔촌까지 공개합니다'라는 소개글과 함께 최근 사망한 교사의 가해 학부모로 지목된 이들의 얼굴 사진과 전화번호, 사업장, 주소 등을 표시한 게시물 40여개를 공개했다.

A씨는 "혹자는 선을 넘는다고 할 수 있지만 저들 때문에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엄마는 딸을 잃었고, 두 아이는 엄마를 떠나보내며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법으로 그들의 잘못을 일깨우고,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뿌리 뽑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정보가 담긴 게시물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일부 누리꾼들의 지적에는 "(신고)해볼 테면 해봐라. 나는 만 10세 촉법소년"이라며 자신의 나이를 밝히기도 했다.

해당 계정은 폭발적인 관심을 얻으며 하루 만에 7800여명의 팔로워를 얻었지만, 게시물에 대한 신고가 빗발친 탓인지 11일 오전 차단됐다. 그러나 A씨는 이내 '시즌2'라는 계정을 생성, "물러설 거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다"는 글과 함께 다시 관련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없는 학부모가 가해자로 지목되는 2차 피해 등 사적 제재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으나 누리꾼 대부분은 "대견하다. 응원한다", "2가 사라지면 3, 4, 5 계속 가자", "물러서지 말아주세요. 응원합니다", "어린 친구가 고생이 많다" 등 옹호·응원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20년 넘게 교편을 잡은 40대 여성 교사가 지난 5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대전 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그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4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연이 알려진 후 가해 학부모들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자 이들은 잘못된 소문을 바로잡으려 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잇따라 올렸다. 숨진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것과 자녀가 문제행동을 보였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교사에 대한 인신공격은 물론, 민원제기도 하지 않았다는 것.

가해자로 지목된 합기도 관장 아내 B씨는 11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가 학기 초 학교 적응을 어려워해 선생님과 2회 상담을 했고, 거듭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며 "함께 학교를 나오면서 선생님에 대한 죄송함과 아이 걱정으로 눈물을 펑펑 흘렸다. 선생님이 심리 치료를 추천해 주셨고, 가정에서도 아이 지도에 힘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아이의 행동으로 불편함을 겪었을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에게는 너무 죄송하다. 하지만 선생님의 지도에 불만을 가지고 아동학대 혐의로 선생님을 고소하거나 학교에 민원을 넣은 적은 결코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학부모 4명과 몰려 다니며 악성 루머를 퍼뜨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학기 초 불량 학생이라고 지적 당한 아이의 부모를 만나 아이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한 적은 있지만, 선생님에 대한 악의적 루머를 유포하거나 험담한 일은 없다"며 "동네 주민으로서 만나면 인사하고 가끔 차 한 잔 마시는 관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날 자신을 해당 사건과 관련된 미용실 운영 학부모라고 밝힌 C씨도 입장문을 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이들 중 한 명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점 프랜차이즈 본사는 해당 지점과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 본사 측은 "해당 점주가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브랜드와 다른 지점에 피해를 주지 않고자 자진 폐업 의사를 본사로 전달했다"고 공지했다.

미용실도 영업을 중단했다. 점포 앞에는 '선생님을 살려내라', '살인자', '사죄하라'는 내용이 적힌 쪽지가 빼곡히 붙어있고 이날 오후에는 '관련 가해자 모두 대대손손 천벌 받길'이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등장했다.

대전교사노조는 13일 숨진 교사 유족을 만나 가해 학부모에 대한 경찰 고소·고발 여부, 가해 학부모에 대한 입장, 교사 순직 요청 등 사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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