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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바로크 시대의 아이돌 카스트라토

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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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9.19 14: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요즘 어린이들 장래희망은 인기와 재력을 모두 지니고, 남들과 구별되어 선망받는 아이돌이다. K-Pop과 한류 드라마를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키우고 있는 터라 그 인기는 날로 더한다.

그렇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누구나 인기와 명성을 가질 수 없기에 이면에 가려진 숱한 고충과 그늘도 드러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한 해에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이 50개쯤 된다고 한다. 일주일에 하나꼴로 신인 아이돌 그룹이 나오는 셈이다. 50개도 많은데 실상은 더하다. 50개는 ‘데뷔’를 한 그룹 기준이다. 데뷔도 못 하는 아이돌 팀은 더 많다는 얘기다.

10년 전 기사를 살펴보니 기획사가 아이돌 한팀을 키워내는데 대략 3년이 걸린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6~10년까지 걸린단다. 워낙 경쟁이 거세니 완성도를 높이는 기준 자체가 높아진 것이다. 지금은 아이돌을 그만둔 사람의 인터뷰를 보니 일과가 텐 투 텐(10-to -10: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이 기본이고 같은 안무 동작을 100번씩 연습하는 건 연습 축에도 못 든단다. 노래와 안무. 때에 따라 연기연습까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극한의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에 시달리는 셈이다. 그렇게 몇 년을 연습해도 데뷔해서 이름을 남겨 해를 넘기는 경우는 서너 팀에 불과한데 어떤 해는 한 두 개 팀만 남는 경우도 허다하다. 데뷔 후 살아남는 확률이 10%가 안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들을 양성하는 연예 기획사 개수가 궁금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 기준 4년 전인 2019년에만 2870개였다.

결국, 연습생을 거쳐 데뷔해서 자리 잡는 아이돌은 전체의 1% 미만 소수점으로 계산이 떨어진다. 세상에 뭐하나 쉬운 일이 있겠느냐만 정말이지 극한직업이다.

모든 것이 기독교의 질서와 권위로만 굴러가던 중세의 유럽에선 성서의 고린도서 한 구절이 음악사의 한 획을 바꾼다.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현대에도 온갖 오해와 논란에 휘말리는 이 구절은, 그러나 당시에는 아주 완강한 교회음악의 기준이 돼버렸다. ‘여자는 교회에서 노래할 수 없다’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래서 중세 교회음악의 대표 격인 그레고리안 성가도 남성 수도사 위주의 무반주 아카펠라 합창이었고, 당연히 높은 고음역은 변성기 이전의 어린 소년들의 보이소프라노로 채워졌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변성기 이전에는 남녀의 질감과 주파수가 같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아이들 합창을 들어보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소리가 똑같은데, 변성기가 지나면서 남자의 성대가 굵고 길게 성장하며 여자보다 한 옥타브 낮아진다. 궁금하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중 아무거나 튜너라고 쓰인 걸 내려받아 테스트해보자. 오케스트라 튜닝의 기본이 되는 계이름 라 음(A)을 성인여자가 내면 440Hz로 표기되지만 같은 음을 성인남자가 내면 정확히 반 토막 난 220Hz 가 찍힌다. 그 어떤 음정을 불러도 남자는 여자보다 1/2인 수치가 찍힐 것이다.

그러다가 아마도 불의의 사고를 겪거나 해서 남성호르몬이 제거된 상태의 누군가가 성장을 했던 모양이다. 변성기 이전의 성대와 성인 남성의 흉강을 갖게 된 보이소프라노는 여성의 고음과 정교함. 그리고 남성의 강력한 파워와 엄청난 폐활량을 지닌 하이브리드 가수가 되어버렸다.

이탈리아어로 ‘거세하다’라는 뜻을 가진 카스트라토(Castrato)가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다.

카스트라토는 영화 ‘파리넬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슈퍼스타의 지위였다. 모든 오페라의 주역은 물론 유명 카스트라토의 캐스팅 성사여부가 오페라의 성패를 갈랐다. 심지어 유명 카스트라토는 신진 작곡가의 아리아가 맘에 들지 않으면 멋대로 바꿔 부르거나 다른 작곡가가 쓴 오페라의 아리아를 맘대로 가져다 부를 정도로 명성과 권력을 누렸다. 당대의 잘나가는 작곡가들은 앞다투어 카스트라토를 위해 초절기교의 장식음과 고음을 사용해 곡을 썼고 성공한 카스트라토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명성과 부를 누렸다.

그러나 여기에도 그늘은 당연히 있었고, 수많은 남자아이들이 카스트라토를 꿈꾸며 도전해서, 평균 만 명 정도가 거세했다고 전해진다. 또 발성과 신체트레이닝. 그리고 음악연습 기간은 6년에서 10년까지 걸렸다고 한다. 그 중 데뷔해 주역 가수가 되는 비율은 1% 미만 소수점이었다.

슬프게도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계산 결과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시선과 인기를 얻는 일은 이토록 힘들고 고달픈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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