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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석 변화의 바람, 그래도 우리에겐 최대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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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9.26 12:59
  • 기자명 By. 유영배 주필
추석을 바라보는 세대 간의 인식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6일간의 장기연휴로 이어지는 국내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이틀 남았지만, 일부 가정에서는 명절 음식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고유의 명절 차례 대신 연휴 전 산소에 가서 간단하게 성묘를 한 후 긴 연휴를 활용한 외유에 나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는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부작용을 떨군 채 홀가분 마음으로 떠나는 외국 여행객행렬로 인천국제공항이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는 도하 언론의 보도이다.

정성을 들여야 할 추석 음식 장만도 각양각색이다.

좋아하는 부침개와 송편은 인터넷 명절 음식 업체를 통해 다소의 수량만 주문한다.

변화의 조짐이 확연한 세대층의 달라진 명절 문화 흐름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른바 우리나라 특유의 명절증후군과는 큰 거리감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사례이다.

원래 명절증후군이 나타나는 대상은 주로 며느리였으나 최근에는 미혼자와 미취업자들도 명절증후군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귀향하면서 걸리는 오랜 시간과 가사 노동 등 신체적 피로에다가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느끼는 성차별적 대우,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명절날 친척들을 만나 잔소리며 간섭을 듣는 것이 두려운 혼기가 찬 미혼 남녀, 미취업자에서 성적이 좋지 않거나 시험을 앞둔 학생까지 명절을 꺼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로 인한 후유증 증상도 하나둘이 아니다.

두통·어지러움·위장장애·소화불량 등과 같은 신체적 증상과 피로·우울·호흡곤란 등의 정신적 증상이 동반 수반되기도 한다.

이 모두가 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 특유의 명절 문화에 기인한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말해주듯 우리의 명절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해서 조상을 섬기는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라는 것이 젊은 세대층의 명절 문화 시각이다.

앞서 언급했듯 명절 차례를 연휴 전에 미리 지내거나 명절 당일 가족끼리 간단히 성묘로 대신하고 나머지 연휴에는 자기 계발이나 여행을 가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연중 설과 추석 중 한 번만 차례를 지내는 가정도 해마다 증가추세이다.

특히 30∼40대를 중심으로 기존의 증후군과 차별화된 신세대 명절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그 핵심은 가족주의에서 개인주의로의 변화, 차례상에 대한 시각차,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가족 구성원의 지리적 공간적 분리 확산,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재인식 등 다양한 요인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한 세대 간의 갈등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필히 기존 방식만을 고집하는 이른바 추석 명절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인식변화와 세대 간의 갈등 속에서도 더욱 분명한 것은 명절은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과 전통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핵심 요소일 뿐만 아니라 민족적 정서가 가득한 우리 특유의 소중한 유산이라는 점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지만 오랜 명절 풍습이 전해 내려와 가족과 사회 구성원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밥상머리의 화두에 갑론을박하는 작금의 시대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모처럼 가족을 만나 지금의 시대상과 미래를 놓고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는 옛 명절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점에서 차례를 미리 지내건 안 지내건 온 가족이 모여 여행을 가거나 덕담을 나누는 추석은 우리 고유의 최대 명절이자 마음의 안식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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