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대전지역 소식 공유 플랫폼에는 '이건 민폐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수십 마리의 비둘기가 모여있는 사진이 게시됐다.
작성자에 따르면, 용문동 소재 어린이공원에서 한 여성이 수차례 쌀 등을 비둘기에게 뿌리는 탓에 비둘기가 급격히 많아졌고, 이로 인해 인근을 지나는 차량과 사람들이 배설물을 맞는 등 피해가 크다는 설명이다.
댓글에는 '근처에 거주하는데 비둘기가 너무 많고 심지어 차에 깔린 모습도 봤다', '매번 지나갈 때마다 깜짝 놀라고 불쾌하다', '가장동·갈마동과 유등천에서도 먹이를 주기적으로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 '인근 가게들은 배설물 테러를 당하는 게 일상' 등 불편을 호소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비둘기는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평화의 상징'으로 불리며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등 각종 대형 행사에 동원됐다. 그러나 엄청난 번식력으로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분변과 털이 도시미관 저해, 문화재·시설물 부식 등 문제를 유발했고, 결국 환경부는 지난 2009년 비둘기를 유해조수로 지정했다.
실제로 지난 1일 오후 11시 15분 부산시 동래구의 한 육교 외장재가 승강기 옆 보도로 추락했는데, 지자체 조사 결과 오랫동안 쌓인 비둘기 배설물과 흙, 나뭇가지가 시설물을 녹여 사고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둘기 피해 민원도 2015년 1129건에서 2020년 2687건으로 폭증하고 있어 정부를 비롯한 각 지자체들은 집비둘기 밀집 지역인 공원·강가 산책로·교량 하단 등에 '비둘기에게 먹이 주지 마세요' 등 홍보 현수막을 내걸고 기피제와 퇴치망을 설치하고 있다.
포획이 비둘기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나 이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비둘기 번식 속도가 빠른 탓에 환경부조차 전체 개체수를 파악하지 못할 뿐더러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에 따라 지자체·시민단체·전문가로 구성된 협의 위원회를 여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이행할 수 있기 때문.
더불어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사랑실천협회 등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어 비둘기들의 도심 활개가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구 관계자는 "보통 어린이공원이나 하천에서 '냄새 난다', '비둘기가 많아서 날아갈 때 뭐가 떨어지는 것 같다' 등의 내용으로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며 "현재 법령에서는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물을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현장 계도를 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