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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나다움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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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10.23 15: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길 양쪽으로 펼쳐진 황금들판이 그 어떤 그림보다 아름답다. 퇴근길에 아주 느리게 차를 몰아 석양과 함께 어우러진 황금들판을 감상했다. 다음 주 정도면 단풍이 또 절정을 이룰 것이다. 앞으로도 한동안 아름다운 가을에 취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그런데 이 예쁜 풍경과는 다르게 연일 매스컴에서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끄럽다. 양쪽 민간인들의 피해 소식을 접하면서 전쟁의 공포와 참혹함을 다시 보게 된다. 분단국가인 우리의 상황을 생각하니 두렵기도 하다. 세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 것처럼 더 큰 전쟁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큰아이 생일이라 서울에 갔다가 퍼스널칼라를 진단한다는 샵에 다녀왔다. 며칠 전 큰아이에게 주황색 립스틱을 마르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가 생각 할 때 그 색상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립스틱도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퍼스널칼라 진단을 받아보자고 하더니 예약을 한 모양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인지 샵의 대표가 직업이 무엇이고 방문 하게 된 동기를 묻었다.

나에게 맞는 색상은 4계절 이미지 중에서 가을에 해당하는 색상이라 했다. 그래서 옷을 입을 때 차분하고 분위기 있게 지적으로 만들어 주는 색상을 착용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warm base 중에 다크한 칼라와 어울린단다. 립스틱 또한 내가 바르고자 했던 주황과 현재 마르고 있는 붉은색은 나와 맞지 않는 색이었다. 헤어색상도 안경과 액세서리까지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을 그동안 선호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에게 맞는 것은 달랐다. 어쩌면 나와 어울리지 않기에, 소유 할 수 없기에 동경해서 더 가까이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컬러 진단에 신뢰가 가는 것은 나에게 맞는 색상의 옷을 착용하고 메이크업을 고쳤더니 확연히 얼굴이 달라 보였다. 그러니 믿음이 가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2시간 즐겁게 보내고 나왔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대기실에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퍼스널칼라를 진단하는 샵이 전국에 한 두 개가 아닐진대 요즘 젊은이들은 이렇게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아가며 어필하는구나 싶었다.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에게 있는 지문(指紋)은 세계 80억 인구가 다 다르다고 한다. 일란성 쌍둥이도 지문은 다르다고 하니 우리는 각자의 고유함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가 공통으로 소속되기를 원하고 비슷하지 않으면 그 무리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더욱 이런 일들이 많아지는 것은 자기답게 살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가족 안에서, 사회 안에서, 각자의 스타일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회가 불안하니 자꾸 뭉치기를 바라고 하나로 나아가기를 바라다보니 개성이 없는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전국 의과대학교 정원을 늘린다는 뉴스에 이어 많은 재학생과 재수생 그리고 대학을 휴학한 휴학생들이 의대를 겨냥한다고 했다. 그래서 의대 전문 학원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하니 이런 것들이 획일적인 사회로 가는 지름길인 것 같아 우려가 된다.

당장 나에게 어울린다는 립스틱을 주문하고 내친김에 카키색 점퍼도 하나 구입했다. 더 중요한 것은 외향이 아니라 내면이겠지만 보이는 것부터 해보고 싶었다. 내 삶은 가을을 지나고 있지만 이제라도 나다움을 찾아보고 싶다. 앞산이 갈색으로 물들어 간다. 올가을 여행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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