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 수준이었던 용퇴론을 혁신위의 공식 의결을 거쳐 지도부에 정식으로 요구하는 절차를 밟기로 한 셈이다.
한 혁신위원은 27일 "용퇴론을 둘러싼 혁신위 내부 갈등은 잘 정리됐고, 30일 회의에서 용퇴론 안건을 의결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혁신 위원들은 지난주에 용퇴론 안건을 공식 의결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반대 입장과 부딪히면서 충돌이 발생해 일부 위원 사퇴설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후 혁신위는 사퇴설을 부인하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일단 혁신위는 30일 대면회의를 앞두고 언행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혁신위는 이날 예정됐던 화상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고,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한국노총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울산 출마 강행설'을 낳은 김기현 대표의 지역구 의정보고회에 대해서도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일부 혁신위원은 김 대표의 행보에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또 다른 위원은 "의정보고회는 정치인의 도리다. 혁신위원들도 반발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용퇴론' 공식 의결을 통해 당 주류를 겨냥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로 방향을 잡았지만, 당 지도부는 혁신위 결정의 효력 범위에 선을 그었다.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에서 혁신위의 용퇴론과 관련해 '보고'를 받더라도 '의결'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불출마나 험지 출마는 어디까지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고 최고위에서 공식 의결할 성질의 안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년 비례 50% 할당 등 혁신위가 제안한 다른 안건에 대해서도 공천관리위원회나 총선기획단에서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제안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된 여러 혁신안에 대해 당 지도부는 혁신위가 상당 부분 의미 있는 혁신안을 제안한 것으로 평가하고,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공관위에서 최대한 검토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다만 당 지도부를 포함한 주류는 총선이 아직 넉달 여나 남은 상황에서 혁신위의 개혁 속도가 지나치게 급하고 빠르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배준영 전략기획부총장은 KBS 라디오에서 "2004년 17대 총선 때 중진 26명이 용퇴했는데, 1월 15일쯤, (총선) 3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용퇴했다"며 "중진들의 사퇴는 본인 결단에 의해 하는 것이지만 적어도 정기국회가 마무리된 시점, 공관위가 출범해 뒷받침할 수 있는 시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혁신위는 빨리 답변을 듣고 싶어 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빠르다"며 "총선이 130일 넘게 남았다. 지금 용퇴가 나온다고 해도 그 동력이 언제까지 유지가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혁신위가 용퇴론 대상으로 내심 점찍은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 의원도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이 이른 시일 안에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작다는 게 다수의 관측이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각 개인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없는 만큼 당 일각에선 혁신위가 용퇴론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