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세상사는 이야기] 시간의 걸음

신미선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3.12.05 13:4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신미선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어느새 시간은 12월에 와 닿아 있다. 한 해의 끝이 달력 한 장에 매달려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며 마무리를 재촉한다. 겨울을 알리는 추위가 무색하게, 반짝반짝 지나는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성탄 트리들, 여기저기에서 보내오는 신년 달력, 송년 모임을 알리는 잦은 연락 등 12월의 시계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간다.

지난 한 해, 하루 여덟 시간 직장인으로서의 본분을 지키며 ㈔한국문인협회음성지부 및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까지 보느라 정신없이 내달렸다. 새해 연초에 한 해의 사업계획을 세우고 계획서에 따라 하나하나 업무를 정리해 나갔다. 그러느라 봄의 아지랑이를 느낄 틈도, 철마다 피고 지는 꽃들을 반길 새도 없이 그저 흘려보냈다.

봄에는 가장 먼저 음성문인협회 회원 삼 십여 명을 모시고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강원도 평창 이효석문학관으로 장소를 정했는데 늘 회원님들보다 한 걸음 앞서 걸어야 하고 뒷일도 챙겨야 하니 누구보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느라 고단했다. 종종걸음으로 회원들을 챙기고 동선을 주도하다 보니 기행 속에 나는 없었다. 그래도 다녀오고 회원님들께서 좋았다고 십시일반 따뜻한 말 한마디씩 보태주니 큰 힘이 되었다.

여름에는 올해로 네 번째 맞이하는 전국 시 낭송 대회를 치러냈다. 전국에서 170여 명의 참가자가 응모했다. 참가신청서가 올바르게 들어왔는지 일일이 체크하고 예심을 거쳐 총 25명을 본심으로 올려 순조롭게 행사를 끝냈다. 그 과정에서 주옥같은 시도 많이 알게 되었고 때로는 가슴 울리는 시 한 편에 그간의 수고로움이 눈 녹듯 사그라들기도 했다. 하지만 몇 시간을 한 자리에 서서 행사를 진행하고 났더니 후유증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종아리가 퉁퉁 부어 걷는 것조차 버거워 한동안 고생했다.

들판에 심어놓은 벼들이 익어 반짝반짝 윤슬처럼 빛날 즈음에는 전국백일장 대회를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공모전으로 치러 현장감이 없었지만, 올해는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참가자가 관심을 보여 감사한 일이었다. 저마다 글제에 맞는 글을 쓰느라 머리를 쥐어짜는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잠시나마 한때의 내 문청 시절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밤새워 책을 읽던 때, 좋은 글을 쓰고 싶어 늘 원고지를 가방에 넣고 다니던 시간, 참 좋은 시절이었다. 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잊었던 습작의 욕망이 되살아난 건 분명히 내게 큰 이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날 행사도 잘 끝이 났다. 하늘도 더없이 푸르렀고 좋은 작품들도 많이 나왔다. 시월에는 충북 문학인대회를 멀리 단양으로 다녀왔다. 주최가 아니었기에 다소 책임감이 얕아진 무게로 회원 스무 명을 모시고 1박 2일 가볍게 동참하고 즐겼다. 처음으로 먼 산을 바라볼 수 있었고 가을 코스모스길을 따라 유유자적 사람들과 이런 얘기 저런 얘기로 화기애애 긴장감을 풀어냈다.

자잘한 몇 가지 행사를 더 해내고 나니 시간은 어느새 겨울로 접어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할 문집에 신경을 써야 할 시간이다.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좋은 책을 만들어야 할 일만 남겨두었다. 분주했던 한 해는 그렇게 어느 한 해로 기억되고 새로운 한 해가 선물처럼 다시 주어질 것이다.

독일의 고전주의 극작가이자 시인이며 철학자인 F.실러는 시간의 걸음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 그 말이 꼭 맞다. 행사 하나를 치를 때마다 이 해가 언제 가려나 막막했지만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오르다 보니 어느새 하루하루는 화살처럼 흘러 여기까지 왔다. 분주했지만 그 속에서 보람을 얻었으니 이만하면 되었다. 손 놓지 않고 끝까지 끌어오느라 수고했다고 자찬하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