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예매했다. 아이들 어릴 때에는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방학 때면 서울로 공연을 보러 다녔다. 이제 성인이 되어 반대로 나를 초대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좋으면서도 대책 없는 세월 앞에 서글프다는 생각도 든다. 주중이라 다행히 좌석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블루스퀘어 신한카드 홀에서 진행되었는데 한번 와 본 곳이라 낯설지 않았다. 이번에도 느끼는 것이지만 좌석은 꽉 메운 관람객은 대부분 여성이고 젊다. 이러니 문화계도 젊은 여성에게 초점을 맞출 밖에 없는 듯하다.
레미제라블은 어릴 적 동화책 ‘장발장’으로 읽었고, 그 후로 여러 번 영화를 보기도 하였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이다. 오래전 미스사이공을 본 후로 뮤지컬을 좋아하게 되어 오페라의 유령, 캣츠 그리고 레미제라블도 보게 되었다.
“‘레미제라블’은 카메론 매킨토시의 최고 대표작이며, 37년간 53개국 22개 언어로 공연되었고 현재까지 약 1억 3000만 명이 관람한 뮤지컬의 바이블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3년 초연, 2015년 재연에 이어 올해 라이선스 공연 10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라는 기사를 읽고 가슴을 설레었다.
장발장은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쳤다가 19년의 옥살이를 하고 나왔다. 죄수라는 낙인으로 사회의 박해 속에 의지 할 곳이 없었다. 장발장은 성당에 들어가 은촛대를 훔치려다 걸렸고 훌륭한 주교는 되레 은촛대를 선물로 준다. 거기에 감동받은 장발장을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다.
뮤지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프랑스 1832년 6월 봉기이다. 사회개혁을 부르짖는 민중들의 이야기와 빵 한 조각을 훔쳤는데 19년의 형을 살게 만든 사회 현상, 그 죄는 어떤 것이고 구원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뮤지컬이었다.
2부에서 6월 봉기에 참여했던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봉기가 실패로 끝나고 젊은이들의 죽음을 보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광주항쟁 도청 사수가 생각이 났고, 공연장소가 이태원이라서 그랬는지 이태원 참사의 젊은이들 희생과 세월호까지 겹치면서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유와 희망이라는 메시지 때문이었는지 프랑스 6월 봉기의 대목에서 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오버랩 되었는지 모르겠다.
배우들의 열연과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관객의 태도, 웅장한 음악, 무대, 어느 것 하나 나를 사로잡지 않는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새로운 눈을 열어주고,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예술의 위대함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