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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사라진 것들, 코로나19

정현용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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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12.14 13:2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현용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2023년도 이제 2주 정도 남았다. 필자는 요즘 국경일과 대학 내 행사로 생긴 휴강 처리를 위해 보강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강의실에 들어가면 유난히 콜록콜록 기침 소리가 많이 들린다. 지난달부터 감기(혹은 독감)에 환자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까지 각종 감염병이 동시에 돌고 있어 건강관리에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강의하면서 아쉬운 것은 기침하는 학생들이 마스크를 전혀 쓰고 있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학생들이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학기 초부터 기침이나 열이 나면 마스크를 쓰고 강의에 참석하라고 했지만, 학생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침에 필자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통학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학교에 가거나, 집으로 온다. 특히 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기침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문제는 기침 예절이 많이 사라졌다. 3년 전만 해도 기침할 때 옷소매에 하거나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였다. 그렇지만 요즘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버스나 지하철의 바닥에 그냥 하는 경우가 많다. 2주 전 지하철을 탔을 때의 일이다. 60대 초반의 남자와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60대 초반의 남자는 마주 보고 있던 청년 쪽으로 기침을 하였다. 문제는 기침하는 과정에서 손이나 소매로 가리지 않고 기침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침방울이 청년의 손에 닿았던 것 같았다. 이에 청년은 기침할 때 손이나 소매로 가리지 않아 침방울이 자기의 몸에 닿았다고 항의하였고, 60대 초반의 남자는 미안하다는 말 대신에 나는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고 하였다. 이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청년은 60대 초반의 남자에게 기침할 때 침방울이 자기의 손에 닿았으니 사과하라고 요구하였고, 60대 초반의 남자는 사과할 일이 아니므로 사과할 수 없다고 하여 잠시 지하철 내에서 고성이 오갔다. 지하철 승객들이 두 사람의 언쟁을 보면서 눈치를 주자, 60대 초반의 남자는 청년에게 사과 대신 정차한 정류장에서 내렸고, 화가 난 20대 청년도 따라 내려 이들의 시비는 계속되었다, 그 사이 지하철은 다음 정류장을 떠났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면 쉽게 끝났을 일이 크게 확대되었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양성자(표본) 감시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양성자가 6574명, 1일 평균 약 940명 정도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올해는 필자의 아이들, 특히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에 다니는 두 아이에게 학교생활에서 사라진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인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건 이후 2학기에 더욱 그렇다. 학교가 무기력해졌고, 우울해졌다.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첫째, 학부모 상담 주간이다. 필자 아이들의 경우 학부모 상담 주간은 학교에서 매년 3월 셋째 주, 9월 셋째 주에 하였다. 많은 학부모가 이 기간을 기다린다. 우리 아이의 학교생활은 어떠한지,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점심시간에 밥은 잘 먹는지 등등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상담 주간의 운영은 예약된 시간에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하여 담임 선생님과 상담하거나, 학교를 방문할 수 없으면 전화로 30분 정도 상담을 한다. 상담 내용은 담임 선생님이 아이의 학습, 친구 관계, 생활 지도 등 학교생활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고 이에 학부모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담임 선생님이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한다. 3월의 학부모 상담은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하여 학부모에게 질문을 많이 하지만, 9월 경우는 담임 선생님이 아이의 학교생활에서 잘한 점과 고쳐야 할 점을 파악하고 있어 학부모에게 설명을 많이 해준다. 따라서 9월의 학부모 상담 주간은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학부모와 담임 선생님 간에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둘째, 현장체험학습이 사라졌다.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는 10월 26일에 학교에서 가려고 했던 졸업여행인 현장체험학습이 취소되었다. 그 원인으로 경찰청이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현장체험학습에 전세버스 대신 ‘노란버스’로 불리는 어린이 통학버스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학교들이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9월 14일 대전교육청과 교원단체 등에 따르면 지역 초등학교 151곳 중 대략 60%가량인 90여 곳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했거나 취소를 검토 중이라고 하였다. 대전시교육청은 9월 12일 학교에 일반전세버스를 이용하다 민·형사상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 책임을 교육청에서 지겠다고 안내했지만, 학교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아이들만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졸업여행의 추억이 없는 피해를 보게 되었다.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한 대부분의 학교는 학생들이 교내에서 외부 강사 프로그램이나 책가방 없는 학교 등 자체적으로 마련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둘째의 학교는 반별로 장기 자랑을 하였다.

선생님들은 현장체험학습을 갔다 혹시라도 일어날 사건 사고를 생각하면 굳이 강행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잇따라 일어난 교육계의 사건·사고에 대한 교육 당국의 안일한 대처도 선생님들의 불신을 키운 것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학부모 공개 수업이 없어졌다. 학부모 공개 수업 역시 학부모 상당 주간처럼 학교에서 매년 3월 셋째 주, 9월 셋째 주에 1시간 정도 수업을 공개한다. 많은 학부모는 이 기간 역시 기다리고 있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선생님은 수업을 어떻게 지도 하시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공개 수업은 아이가 수업 시간에 큰 목소리로 발표를 잘하면 부모로서 아이가 많이 성장했음을 느끼고,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올해 2학기에는 이 모든 시간이 다 사라져 아쉬움이 많다.

이제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의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주의’로 내리는 방안을 겨울철 이후로 늦추려고 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비롯해 독감과 폐렴 등 겨울철 유행 상황을 지켜보고 전문가들과 논의해 시기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감염병의 위기 경보는 ‘심각’부터 ‘경계’, ‘주의’, ‘관심’ 단계로 구성되는데, 코로나19는 지난 6월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돼 유지되고 있다. 만약 '주의' 단계로 조정된다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체제는 방역대책본부(방대본) 체제로 바뀌어 코로나19에 대응하게 된다. 코로나19는 방대본을 통해 대응해 나가기 때문에 완전히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위기’ 단계가 ‘주의’로 하향되면 현재 진행 중인 양성자 감시체계를 기존의 호흡기 통합 감시체계로 통합해 운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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