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분원 설치에 관해 현재까지 구체적 일정이 나온 건 없다.
하지만, 정부가 경쟁 도시에 ‘마음’을 줬다는 상징성 때문에 시민들은 전임 김정섭 시장 때 일군 유치 노력 결과와 동력을 모두 상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품는다.
3일 충청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가 지난달 21일 서산분원 설치 연구용역비 2억원이 포함된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키자 서산시는 같은 달 28일 ‘서산분원 확정’이라는 홍보 자료를 뿌리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정부 예산 2억원을 바탕으로 올해 기본계획 수립 용역 후 실시설계, 부지 조성 등 절차를 거쳐 오는 2027년도에 준공할 예정이라는 게 핵심 골자다.
총사업비 335억원에 장소는 서산시 문화예술타운, 대지면적 1만1408㎡, 연면적 4194㎡ 규모 등 내용도 구체적이다.
언론도 일제히 해당 사실을 보도하며 “중고제 발원지인 서산에 국립국악원 분원이 개원한다. 남원, 진도, 부산, 강릉에 이어 다섯 번째”라는 형태의 기사를 실었다.
2억원의 쪽지예산 하나 가지고 ‘서산분원 확정’이라고 단정하는 건 사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다.
또한, 정부는 국립국악원 지방분원 설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이래 현재까지 약 4년여 동안 충청분원(초기 명칭)에 관해 어떤 로드맵이나 계획을 발표한 바도 없다.
문제는 쪽지예산의 ‘나비효과’다.
정부가 계획을 만든 건 없으나 이번 쪽지예산을 바탕으로 교두보를 확보한 서산시가 발품을 팔고 정부 여당을 설득할 경우 서산분원은 실제 기정사실로 굳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현실론이다.
이와 관련해 비난의 화살은 최원철 공주시장과 정진석 국회의원에게 돌아가고 있다.
최 시장은 2022년 7월 취임하자마자 유치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김정섭 시장이 수년간 공들이며 추진해 온 충청분원 유치 활동을 전면 중단시켰다.
시와 민간단체가 공조해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며 수없이 읍소하고 추진한 결과 충남 도내에서 가장 앞서가던 인지도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지역사회에서는 차후 서산분원이 확정될 경우 최원철 시장의 정책적 오판이 부른 ‘참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A 시의원은 “전임 시장이 잘 추진해온 성과를 그대로 유지해 최선을 다했다면 국립국악원 충청분원은 ‘서산분원’이 아닌 ‘공주분원’이 됐을 것”이라며 “이번 일은 ‘사태’에 가깝다.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고 최원철 시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진석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시민 B 씨는 “강릉시와 서산시가 앞서 나가는 사이 어떻게 2년 연속 맹물만을 들이키냐. 말로만 5선이지 허수아비 아니냐. 공주시민들의 수치이다”고 분통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