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고지은 기자 =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할 때마다 꼭 사주 카페를 찾아가요."
갑진년 새해를 맞아 운세풀이 상점들이 붐비는 모양새다. 새해에 깃들 행운과 행복을 기원하고 새로운 목표를 미리 점쳐보려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기 때문.
실제 지난해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MZ세대 10명 중 무려 9명이 '운세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주말 중구 은행동·서구 둔산동 일대 사주 가게들은 쇼파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앳된 얼굴의 손님들로 가득했다.
가게들은 저마다 신년 운세 패키지와 이벤트를 내걸며 지나는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간단한 요깃거리를 함께할 수 있는 찻집 형태가 결합된 상점도 찾아볼 수 있었다.
새해 첫날 신년 운세를 보고 왔다는 김소혜(26)씨는 "올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부분을 더 신경써야 하는지 궁금해서 보게 됐다"며 "3만~5만원으로 앞날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좋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윤성훈(25)씨도 "친구들이 신년에 맞춰 운세를 보러 간다고 해 관심이 생겨 따라왔다"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올해 취업운이 들어왔다고 말씀해주셔서 희망이 생겼다"고 웃어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20대 사이에선 일명 '용한 집'에 대한 정보도 활발히 교환되고 있다. 이모(28)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친구들끼리 운세 잘 보는 사주집의 위치나 후기 등을 공유하고 있다"며 "다음 주에 서울로 점을 보러갈 예정"이라고 했다.
역술인을 직접 대면하기보다는 통화나 채팅 등 비대면 상담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경향에 맞춰 온라인 사주 사이트도 늘고 있는 추세다. 네이버의 온라인 상담 플랫폼 '엑스퍼트'에서는 지난해 매출의 74%가 운세·사주 상담에서 발생했는데, 서비스 이용자의 72%가 20·30대였다.
유튜브·SNS 등에서도 인기다. 블레이보드(유튜브 통계 사이트)에서 타로를 검색하면 2만 5309개의 채널이, 사주를 치면 790개 채널이 나오는데 소위 '입소문' 난 채널주의 영상이 올라오면 조회수는 순식간에 수만을 돌파한다.
갓 성인이 된 정모(20)씨는 "대학교 합격 날짜를 기다리는데 너무 불안해서 유튜브 타로를 자주 본다"며 "점집에 직접 가는 건 부담스러운데 이건 집에서 간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처럼 과거 어른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점성술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현상에 대해 심리학계 등은 경기침체·구직난 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해마다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 속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으려는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
그러면서 "운명론을 바탕으로 한 점술에 과도하게 기대기보단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