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유수정 기자 = 집 안 뭉칫돈으로 쌓여 있던 5만원권이 시장에 풀리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저금리로 5만원권 수급이 어려웠던 상황과 대조된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이 67.1%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는 환수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 2018년(67.4%) 이후로 5년 만이다.
5만원권 환수율은 2019년 60.1%에서 2020년 24.2%, 2021년 17.4%로 급락했다가 2022년 56.5%까지 반등했다.
이듬해인 작년에는 67.1%를 기록했는데, 한은이 5만원권 10장을 발행했을 때 6장이 되돌아왔다는 의미다.
5만원권 환수율은 발행액 대비 환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난해 5만원권 발행액은 약 21조 1000억원, 환수액은 14조 1000억원이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환수액이 4~6조원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거의 회복했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 환수경로의 정상화로 환수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며 대면 상거래가 회복한 영향이라는 것이다.
음식·숙박업, 운수업, 여가서비스업 등 전통적으로 현금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화폐 유통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거론했다.
실제 현금 수송 회사(CIT) 2개 사의 상거래 기업 화폐 관리 업무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 2019년 5조 5000억원에서 2020년 3조원, 2021년 2조 7000억원으로 하락했다가 2022년 5조 2000억원으로 회복된 바 있다.
이와 함께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화폐를 예비용 또는 가치저장 목적으로 보관하는 수요가 감소한 점을 꼽았다. 이에 따라 향후 5만원권 환수율은 단기적으로 시중금리 향방에 영향을 받을 거라고 전망했다.
5만원권은 지난 2009년 6월 최초 발행됐다. 유통 수명은 15년 내외로, 조만간 수명을 다한 손상권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한은 관계자는 “5만원권 환수율은 장기적으로 비현금지급수단 확산 추세, 5만원권 유통수명도래에 따른 손상권 증가 등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