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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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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1.22 15:4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새해가 밝았다. 새해엔 모두 나름의 다짐과 계획을 세운다. 예전에는 신문과 잡지에 새해 운세나 사주풀이도 정초에 어김없이 등장하던 단골 소재였다. 새해를 맞으며 자기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보고 계획을 세우고 싶은 갈망을 반영했던 것일까

지금의 어른세대인 이른바 X 세대와 요즘 MZ 세대들은 여러 가지로 공통점과 다른 점이 있다. 교단에서 접할 때 여러 상황에서 만나지만 이전보다는 좀 더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피력하고 펼친다. 반면 같은 모습들도 많이 보이는데 도드라지는 것이 있다. MBTI로 불리는 성격유형이 그것이다.

사실 X세대도 예전엔 혈액형별 성격유형을 논하긴 했다. 이게 전 세계적으로는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유행이었다는 점이 씁쓸하다. 한때 서점가엔 혈액형별 궁합, 심리학, 심지어 자기계발서까지 난무했었다. 과학적 근거를 따지기보다는 비슷한 성격유형을 유독 혈액형과 결부시켜서 나름의 논리를 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성격을 결정짓는 유전인자와 혈액형과의 과학적 상관관계가 밝혀진 것이 없었지만, 언론과 매체, 그리고 사회에서 열풍처럼 혈액형별 성격론이 대유행을 했더랬다.

그랬던 혈액형별 심리학이 요즘엔 MBTI로 대체되는 느낌이다. 전체가 4가지 영역으로만 구분되던 혈액형과는 달리 16가지로 좀 더 세분되고, 그에 걸맞게 다양한 성격유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4배나 더 늘어난 각각의 구체적인 분류로 성격유형을 나타낸다.

그러니 처음 개강을 하거나 사람을 만날 때도 MBTI는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일종의 아이스 브레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을 때도 말문을 트기에 그만한 게 없어 보인다. 그렇게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를 찾아가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다. “MBTI가 어떻게 되세요?”

MBTI의 과학적 정합성이나 타당성은 제쳐두고라도 혈액형별 성격을 따지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보다 더 세밀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 MMPI)라는 것도 있는데 실제로 법조계와 의료계에서 쓰이는 좀 더 공신력 있는 검사라 한다. 요즘은 공부과 유전의 상관관계를 파헤쳐서 공부를 잘하는 능력도 상당 부분 유전적 기질이 주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 밝혀진 연구결과도 꽤 많다.

사람들은 이토록, 그리고 유독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성격유형을 규정짓고 싶어서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론 우리 사회가 개인에게 확신과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데 부족함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갖가지 성격유형 검사를 통해 자기 자신이 어느 영역인지 파악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게 어느 순간엔 도피처와 자신을 스스로 옭아매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전에 자신을 잘 모를 땐 자신을 발전시키거나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면 좌충우돌 자신을 발견해내는 과정이 있었다면, 요즘은 밝혀진 성격유형에 따라 자신을 카테고리로 묶어놓고 발전 가능성까지 기질로 미리 규정하고 묶어버리는 모습들이 보여서 안타깝다. 스스로 잠재해 있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기질을 파악해서 약점을 보완하는 모습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고 도피처로 활용되기에도 딱 좋기에 참 많이 인용된다.

그러다 보니 창작과 재능을 발견해내야 하는 예체능계 학생들 사이에서도 MBTI는 빠지지 않는 주제다. 그래서 부족한 점과 발전시킬 점을 제시해도 성격유형 도구들을 방패 삼아 결론을 미리 내려버리는 학생들도 종종 만난다. “제가 I 라서 내향성이에요.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서 얼마나 이 분야를 지속할지는 미지수에요” 같은 방어기제 가득한 답변들을 마주한다.

그래서 성격유형 검사로 대표되는 여러 도구가, 요즘은 사람을 규정짓는 잣대로 자꾸 사용된다. 예전에 만난 혈액형과 MBTI를 채용과 승진의 고려요소로 사용하던 고용주를 보고 경악한 적이 있었다. 현대판 우생학이 따로 없었지만, 그분의 인생 여정에 많은 영향을 끼쳐 굳건히 자리 잡은 모습에 일견 마음한켠이 시려 왔다.

오랜 지인 중에 필자의 혈액형과 MBTI를 30년째 궁금해하는 이가 있다. 일부러 밝히지 않았기에 더 궁금해한다. 30년간 필자의 혈액형을 추측하려 4가지 타입 모두를 거론하고, 여러 가지 MBTI 중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내려는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알 수 없는 사람 속을 저렇게라도 분류해 놓고 지내야 본인 속이 편한 게 아닌가 싶어 아련한 마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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