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유수정 기자 = 설 명절을 앞두고 물가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명절 선물세트가 ‘가성비’ 또는 ‘프리미엄’으로 양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에 시민들의 소비 격차가 커지며 양극화된 지출 패턴을 반영하면서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설 명절 기간 대형마트는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백화점은 가성비 세트를 확대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가격대가 높지 않은 선물세트를 주로 판매하면서도 프리미엄 세트의 비중을 높였다.
이마트는 20만원 이상 세트 비중을 작년 설 5%에서 올해 7∼8% 수준으로 높이며 총 물량을 10% 늘렸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는 해당 가격대 세트 비중을 10%에서 15%로, 홈플러스는 5%에서 7%로 늘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명절 상차림이 간소화되는 추세와 함께, 다소 비싸더라도 특별한 날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를 겨냥한 판매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백화점에서는 가성비가 유행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선물 세트의 용량을 줄이거나 구성을 변경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20만원 미만 세트 물량을 약 10% 늘렸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가성비 선물세트 비중을 작년 18.1%에서 올해 25.8%로 확대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해당 세트를 19.3%에서 24.7%까지 늘렸다.
이에 백화점 3사가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를 실시한 결과, 20만원 미만 세트 매출 증가율은 신세계 73.2%, 현대 70.2%, 롯데 약 35%로 나타나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명절 선물세트를 고가 또는 저가로 차별화하는 것은 소비 양극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고물가 장기화로 고소득층은 소비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리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보다 저렴한 상품을 선호하며 계층별 소비 격차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중산층과 젊은층의 경우 평소에는 절약하고 특별한 날에는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며 상품 가격대 양극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날 대전 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설 명절 선물세트를 1만원 미만부터 1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6)씨는 “대형마트에도 꽤 비싼 선물세트가 있고, 백화점에도 나름 가성비 상품이 눈에 띈다”며 “선택지가 다양하니까 아무래도 예산 맞추기 수월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