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3일 오후 대전 중앙시장. 건어물과 명태 등 제수용·선물용 수산물을 판매하던 상인은 “얼마 전까지는 한가했지만 명절은 명절”이라며 웃었다.
그는 “보통 설 대목을 명절 3~4일 전으로 본다”면서 “미리 명절을 준비하시는 손님들도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이번 설은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사과, 배 등 성수품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이날 중앙시장은 명절을 대비하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상인들은 “아직 대목이 아니다”라고 입 모아 말했으나 골목 사이로 오가는 사람이 많아 앞으로 전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시장 입구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예년보다 손님들 발걸음이나 예약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떡국 떡을 살펴보는 손님이 끊이지 않아 명절이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명절을 쇠지 않았지만, 올해는 그런 게 없으니 물가가 올랐어도 다들 명절 준비를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설 명절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달랐다. 과일, 채소류 등 성수품 물가가 오른 탓에 장 보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갈수록 명절이 간소화되는 추세지만, 그동안의 관습을 무 자르듯 버릴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준비한다는 것.
이날 시민들은 좌판 앞에서 관심을 보이다가도 구매를 망설이거나 가격을 듣고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과일 가게 앞은 명절 특수를 기대하지 못할 정도로 썰렁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일년새 과일 가격이 사과 57%, 배 41%, 귤 40%, 감 40%로 크게 올랐다.
차례상에 올릴 사과와 배를 구입하러 온 주부 김모(58)씨는 “이 가격이면 인터넷 최저가로 사는 게 낫다. 요즘엔 나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도 다 온라인으로 쇼핑할 수 있는데 시장이 이렇게 비싸서는 못 산다”고 토로했다.
조기를 구매하려다 “엄청 비싸네…”라고 중얼거리며 가게를 떠나던 최모(61)씨는 “뭐든지 가격이 오른줄 알고 있었지만 상상 이상”이라며 “그래도 명절엔 조기가 빠질 수 없어 어디든 가긴 할 건데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을 보지 않고 빈손으로 구경만 하거나, 먹거리를 사 먹는 데서 그치는 손님도 많았다.
좌판에서 전을 판매하는 상인은 “시장이 이렇게 발 디딜 틈 없어 보여도 다들 둘러보기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도 물가가 올랐다 하니까 손님들 부담이 클 것 같아서 우리는 가격을 안 올렸다”면서 “그래도 전체적으로 장 보는 비용이 부담이다 보니 우리 가게도 매출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횟감을 팔던 수산물 가게 상인은 “시장 경기가 하도 안 좋다 보니 최근까진 장사가 안 됐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올해는 명절 일주일 전부터 사람이 많으니 본격적인 대목엔 상황이 나아지리라 믿는다”며 쓴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