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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10년이면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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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2.19 15:1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지난주에 음성군청 복도갤러리에서 민화 전시가 있었다. 두 명의 작가가 군수실을 중심으로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눠 전시했는데 복도가 환해졌다. 두 분이 그림의 주제는 물론이며 색감과 터치가 달라서 민화의 다양성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나도 한때 민화를 그렸기 때문에 민화가 전시되는 것이 반가웠다.

전시회 오픈식이 끝나고 찻집에 가서 담화를 나누던 중에 전시 주인공인 작가님이 민화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왜냐하면 내가 민화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께서 우리 동네 주민자치회에서 민화 수업을 하고 싶은데 사람이 없다고 했다. 내가 아는 언니분들을 소개했는데 그분들 중 한 분이다.

그 민화 교실에서 언니가 수줍게 처음이라며 자기소개를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되었단다. 그 언니는 여러 곳에서 상을 받더니 얼마 전에는 한 공모전에서 대상까지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민화 작가로 발돋움하며 이번 개인 전시로 이어진 것이다.

10년의 세월에 집중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세월이 그만큼 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10년을 한곳에 집중해서 성장한 작가를 보니 나의 작심삼일과 비교가 된다. 매년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여행 가서 자유롭게 대화하고 싶다는 소망을 10년 이상 키워왔는데 늘 작심삼일이다. 올해도 교육 방송 95번에서 아침 일찍 기초영어 방송을 우연히 보았다. 요즘은 아침 일찍 눈이 떠지니 방송을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3일쯤 지나자 방송을 보다 다시 잠이 들어 버리고 그러다 늦잠까지 자버리는 웃기고도 슬픈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또 흐지부지해져 버렸다.

내가 체감한 그동안의 시간은 마치 3~4년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으니 쏜살같이 흘러가 버린 세월 앞에 허무해진다. 10년 전을 생각하니 ‘그때만 해도 좋았구나, 난 무엇을 했나? 10년 후 난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유추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저장된 이메일을 보는 것이라는 생각에 10년 전 이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그랬더니 시를 쓰겠다고 시 공부를 하고 있었고,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느라고 온통 교수님과 선배, 동료들과 주고받은 메일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충북도청 소비자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고, 그리고 문학회 사람들과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있었다. 그 사진 속에서는 조금 활기차고 젊은 우리가 사진 속에는 환하게 웃고 있다.

그리고 잊고 있던 대학 후배의 조금은 슬픈 편지도 있어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10년 전주고 받던 이메일을 아직 쓰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잘 살아 있느냐고 메일 한 통을 보냈다. 답장이 올지 기대가 된다. 소중한 사람들이었는데 10년 사이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

나에게도 십 년 세월에 이룬 것들이 있고 또 놓친 것들도 그리고 완성하지 못한 일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이 되었던 그 당시 내 결정의 우선순위에 따랐겠지만 시 공부를 그만둔 것과 후배와의 연락이 끊긴 그것은 매우 아쉽다.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다.

이번 학기 시간표가 오전 3시간, 오후에는 비어있고 야간 수업으로 짜여 있다. 오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 중이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십 년 후 내가 ‘그 시간에 시작해서 이렇게 해왔어’ 하는 어떤 한 가지를 찾고 싶다. 정읍의 문화센터와 교육원들을 둘러봐야겠다. 시간표로 인해 속상했는데 변화의 기회로 삼고 싶다. 1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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