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기승을 부리는 요즘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에는 봄꽃을 수확하느라 바쁜 일과를 보내는 농가가 있다.
20여년째 화훼농사를 지으며 남들과 다른 계절을 살고 있는 이우석(59)·유도숙(55)씨 부부는 최근 졸업식에 맞춰 프리지어를 모두 출하하고, 요즘은 이름도 생소한 ‘캥거루꽃’ 수확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처음 서산시농업기술센터 시범사업으로 시설하우스 3동 1000㎡에 심은 캥거루꽃이 봄소식과 함께 만개했기 때문이다.
끝이 뭉툭한 자루모양에 보드라운 잔털이 나있는 모습이 마치 캥거루의 발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캥거루꽃’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도시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갈색 꽃대에 빨강, 노랑, 초록, 분홍의 꽃봉오리가 다닥다닥 붙은 모습도 예쁘고 그 사이를 비집고 나와 은은한 향을 풍기는 앙증맞은 꽃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게다가 장미나 프리지어, 안개 등 다른 꽃과도 잘 어우러지고 꽃병에 꽂아두면 너끈하게 한 달은 버티는 강한 생명력도 인기의 비결이다.
이씨가 재배하는 꽃들은 모두 서울 양재동이나 강남 꽃시장으로 출하된다. 프리지어는 한 단에 3000원 ~ 3500원선에 출하했고, 지금 나오는 캥거루꽃도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겨울 모진 한파로 난방비가 20 ~ 30%정도 더 들었지만 다행히 기름이 아닌 심야전기로 난방을 해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대신에 꽃값이 배 가까이 오르면서 20년 꽃농사에 이 만큼 가격이 좋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는 비밀스런(?) 귀띔이다.
이씨는 “20년 전까지는 벼농사를 지었는데, 영농교육을 받고나서 꽃농사에 도전하게 됐다.”며 “우리 농업이 참 어렵고 미래가 없다고 하는데,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이 정도의 난관은 얼마든지 뚫고 지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산/이낭진기자 lnj2612@dailyc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