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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 효과’와 수준별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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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05.24 18: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용머리 효과’란 말이 있다. 교육학자들 간엔 심심찮게 쓰이고 있고, 우리교육에서는 이데올로기처럼 굳어져 기세등등한 관념. 그래서 필자도 종종 화두로 삼기도 해 온 말이다.

영어로 풀면 오히려 이해가 쉽다. 이른바 positive effects of high-ability grouping이라 하여, ‘상위그룹의 긍정효과’란 의미. ‘우수 집단의 플러스알파 효과’를 말한다.

그 원조는 귀족학교가 남아있는 영·미에 있다. ‘찌질이’들과 섞이기 싫다는 거부감은 미국의 인종차별~분리정책이 극단적 예다. 유색인들과는 버스조차 함께 타길 꺼려했을 정도이니, 법원판결로 인종차별이 금지된 뒤에도 분리 기도는 집요하게 이어졌다.

학교 분리가 불가능해지자, 영국의 스트리밍(streaming)을 본떠 교내에 ‘능력별 집단’을 만든다. 학습능력별로 학급을 나누는 트래킹(tracking)이 그것이다. 육상경기의 트랙처럼 별도코스(우열반)를 만들어 섞이지 않게 하자는 것. 이에 반발과 부작용이 잇따르자 다시 밴딩(banding)과 세팅(setting)을 시도한다. 트래킹이 상하(우열)구분으로 문제시 되자, 상중하 등의 다단계로 묶어 나누거나(밴딩), 과목별로 세분화해(세팅) 눈가림한 것이다.

그처럼 끊임없이 아이들을 구분하려는 시도들은 우리에게도 있어 왔다. 툭하면 입시부활과 평준화해제, 특목고·자사고 확대를 내세우는 집요한 공세. 그러다 김영삼 정권시절 관철해낸 것이 ‘수준별 수업’이다. 요즘 중등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수준별 이동수업이 바로 그 세팅의 아류다.

그 결과는 파탄지경의 미국교육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만, 북유럽에선 이미 반세기 전에 검증됐던 일이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일곱 개의 섬으로 된 도시여서 1950년대까지 아이들의 취학도 섬 단위로 이루어졌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교육적 실험의 여건이 되었다. 북쪽 섬들에선 기존의 수준별 교육체계를 유지했고, 남쪽 섬들에서는 다양한 아이들을 10학년까지 뒤섞어 가르치는 새로운 종합학교시스템을 실험했다. 그런데 몇 년 후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양쪽 학생들의 성적은 비슷했으나, 남쪽 학생들의 사회적 행동이 뛰어나 서로 배려하며 협력하는 기풍이 두드러졌다.

그 후 종합학교체제는 북유럽 전역에서 의심 없이 정착되었고, 최근에는 9~16세 아이들이 학년구분마저 없앤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따로 또 같이(자기주도+협력학습)’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핀란드도 이미 30년 전부터 “계열화된 수준별 수업은 상위그룹엔 다소 긍정적, 하위그룹엔 아주 치명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계열화 아닌 ‘개별화’방식의 수준별 교육을 진행해왔다. 특히, 뒤처진 아이들을 각별히 챙겨 모든 아이들에게 ‘용머리 효과’가 나도록 했다.

그리하여 이제 북유럽의 교육시스템은 세계교육의 용머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네 교육만, 자기네 아이들만 용이 되길 바라진 않는다.

김병우/충북 교육발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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